얼굴기형 어린이에 웃음 준 산타 … "끈끈한 58년 개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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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교수는 홍 대표, 표 변호사와는 부산 동아고 동창이다. 전 대표(한국외대 교육학과 졸업), 김 대표(연세대 건축과 졸업)는 대학 시절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 전 대표와 김 대표는 1996년 처음 백 교수를 통해 홍 대표와 표 변호사를 소개받아 지금까지 15년 동안 다섯 친구가 모두 가깝게 지내고 있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는 백 교수의 형인 백세민 교수가 1996년 설립한 재단이다. 백 교수는 1989년부터 국내 선천적 얼굴기형 아동들을 무료로 수술해왔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를 만든 뒤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활동해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얼굴기형 무료 수술을 해줬다.
재단을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세민 교수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백롱민 교수가 그 뒤를 이었다. 이때 백 교수는 오랜 친구였던 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 얘기를 듣고 친구들은 적지 않게 놀랐다. 표 변호사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해온 것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도움을 요청받은 네 친구는 흔쾌히 세민얼굴기형돕기회에서 이사로 일하며 백 교수를 돕기로 했다.
다섯 친구들은 만난 날부터 급격히 가까워졌다. 전 대표는 “같은 나이에 비슷한 성장 환경을 가져서인지 처음 모였을 때부터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옆에서 “58년 개띠가 원래 끈끈하다”고 거들었다.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이 날 때, 시간이 날 때 수시로 만난다. 매일같이 볼 때도 있고, 바쁘면 몇 달에 한 번 보기도 한다. 오랜 친구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번 만나면 헤어질 줄 모르고 얘기가 이어진다. 지난 몇 달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라는 책(지난 7월 출간)을 내기 위해 회의를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10시간이 넘는 뒤풀이가 이어졌다. 술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대화, 그것이 전부다. 표 변호사는 “한번은 오후 2시에 만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출판회의를 하고 다시 일식집으로, 파스타집으로 옮겨가며 12시간 넘게 얘기를 했다”며 “책 출간을 도와주던 작가가 다시는 못 오겠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웃었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갖고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이야기거리는 풍부하다. 고건축을 전공한 김 대표에게 역사와 미술에 대한 얘기도 듣고 밴드 활동을 하던 홍 대표에게 음악 추천도 받는다. 김 대표는 “백 교수와 함께 수술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하는 일은 백 교수가 필요할 때 함께 놀아주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와 친구들의 다음 목표는 북한이다. 북한에도 수술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얼굴기형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2002년과 2010년 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서해교전과 천안함 사건으로 물거품이 됐다”며 “하지만 계속 열심히 하면 다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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