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기형 어린이에 웃음 준 산타 … "끈끈한 58년 개띠죠"
세민얼굴기형돕기회 단장인 백롱민 서울대 의대 성형외과 교수(53)에게는 국내외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함께한 오랜 절친들이 있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김철민 대연건축 대표(53), 전진옥 비트컴퓨터 대표(53),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53), 홍성훈 로드인터내셔날 대표(53)가 그들이다.

백 교수는 홍 대표, 표 변호사와는 부산 동아고 동창이다. 전 대표(한국외대 교육학과 졸업), 김 대표(연세대 건축과 졸업)는 대학 시절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 전 대표와 김 대표는 1996년 처음 백 교수를 통해 홍 대표와 표 변호사를 소개받아 지금까지 15년 동안 다섯 친구가 모두 가깝게 지내고 있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는 백 교수의 형인 백세민 교수가 1996년 설립한 재단이다. 백 교수는 1989년부터 국내 선천적 얼굴기형 아동들을 무료로 수술해왔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를 만든 뒤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활동해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얼굴기형 무료 수술을 해줬다.

재단을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세민 교수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백롱민 교수가 그 뒤를 이었다. 이때 백 교수는 오랜 친구였던 네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 얘기를 듣고 친구들은 적지 않게 놀랐다. 표 변호사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해온 것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도움을 요청받은 네 친구는 흔쾌히 세민얼굴기형돕기회에서 이사로 일하며 백 교수를 돕기로 했다.

다섯 친구들은 만난 날부터 급격히 가까워졌다. 전 대표는 “같은 나이에 비슷한 성장 환경을 가져서인지 처음 모였을 때부터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옆에서 “58년 개띠가 원래 끈끈하다”고 거들었다.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이 날 때, 시간이 날 때 수시로 만난다. 매일같이 볼 때도 있고, 바쁘면 몇 달에 한 번 보기도 한다. 오랜 친구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번 만나면 헤어질 줄 모르고 얘기가 이어진다. 지난 몇 달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라는 책(지난 7월 출간)을 내기 위해 회의를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10시간이 넘는 뒤풀이가 이어졌다. 술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대화, 그것이 전부다. 표 변호사는 “한번은 오후 2시에 만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출판회의를 하고 다시 일식집으로, 파스타집으로 옮겨가며 12시간 넘게 얘기를 했다”며 “책 출간을 도와주던 작가가 다시는 못 오겠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웃었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갖고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이야기거리는 풍부하다. 고건축을 전공한 김 대표에게 역사와 미술에 대한 얘기도 듣고 밴드 활동을 하던 홍 대표에게 음악 추천도 받는다. 김 대표는 “백 교수와 함께 수술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하는 일은 백 교수가 필요할 때 함께 놀아주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와 친구들의 다음 목표는 북한이다. 북한에도 수술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얼굴기형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2002년과 2010년 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서해교전과 천안함 사건으로 물거품이 됐다”며 “하지만 계속 열심히 하면 다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