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7차 'M&A 태풍'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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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硏 역대 6차례 M&A 흐름 분석
美기업 현금 비중 5% 이상일때 3차례 발생
한국도 6.4% 까지 올라…사업확장에 '호기'
美기업 현금 비중 5% 이상일때 3차례 발생
한국도 6.4% 까지 올라…사업확장에 '호기'
자본시장연구원은 1897년 이후 나타난 여섯 차례의 글로벌 M&A물결(merger wave)과 최근 기업 현금 보유량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발표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950년 이후 진행된 네 차례의 거대 M&A물결 중 세 차례는 미국 기업의 총자산 대비 순현금흐름 비중이 5% 이상일 때 나타났다”며 “올해 미국 기업의 순현금흐름 비중은 6.7%로 역대 최고치(7.0%)에 근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8월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부터 빨라지고 있는 구글의 M&A 행보에서 보듯 7차 M&A물결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거대한 ‘M&A물결’ 임박
거대 M&A물결의 임박을 예상하는 가장 큰 근거는 기업의 현금흐름이다. 실탄이 많아진 만큼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어서다.
2002년 3.9%에 머물렀던 한국기업의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은 2010년 6.4%까지 올랐다. 일본 유럽 중국 등의 기업들도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현금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높은 자산효율성과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M&A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지난 60년간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이 돈을 풀면서 나타난 기록적인 저금리도 M&A에 우호적이다. 차입을 통한 M&A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보다 차입 비중이 높은 사모투자펀드(PEF)에 유리할 전망이다.
반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수 대상 기업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2011년 말 현재 미국 기업의 주가수익비율은 15배 수준으로 지난 50년 평균(16.4배) 아래로 하락했다.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얘기다.
박 연구위원은 “자금면에서 기업과 PEF 모두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는 보기 드문 환경”이라며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잇달아 거치며 피인수기업의 가격 매력도가 높아져 거대한 M&A물결이 몰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7차 M&A물결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유럽 재정위기의 진정 속도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결에 빨리 올라타야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번에 진행될 M&A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하고 △중국 등 신흥국가가 다른 나라 기업을 활발히 인수하며 △PEF의 역할이 강화되는 한편 △자원 및 에너지부문의 M&A가 늘어나는 특징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M&A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M&A물결이 가시화될수록 피인수기업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진행된 M&A 2만6444건을 분석한 결과 M&A물결이 시작된 지 2년 내에 성사된 M&A의 주가수익률은 평균 1.2%였다. 반면 물결 마지막 단계에서는 0.5%까지 떨어졌다.
박 연구위원은 “6차례의 M&A물결은 모두 경기 악화와 주가 급락으로 끝을 맺었다”며 “금호그룹 등의 사례에서 보듯 M&A물결에 뛰어드는 시기가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