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5일(현지시간)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제외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15개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최고 등급인 트리플A(AAA)를 받고 있는 독일 등 6개 국가들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S&P는 “15개 유로존 국가를 ‘부정적 관찰(negative creditwatch)’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향후 3개월 내에 등급이 강등될 확률이 50%라는 의미다. S&P는 “8~9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가능한 한 빨리 등급 검토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성과가 없으면 등급 강등이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S&P는 검토 결과에 따라 트리플A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의 등급을 ‘AA+’로 한 단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부정적 관찰’ 대상이었던 키프로스를 포함한 나머지 10개 국가의 등급은 두 단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유로존 전역의 신용 여건이 악화되고 트리플A 국가를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정부 및 가계 부채 증가, 유로존 경기후퇴 위험 등도 등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한꺼번에 강등되면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국채를 발행할 때 줘야 하는 이자 부담이 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리플A 국가 중 재정불량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S&P가 현재 트리플A인 EFSF의 신용등급도 강등할 수 있다고 6일 보도했다.

S&P의 경고는 이날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유럽 재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리스본조약을 개정하기로 합의한 직후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용평가사가 하는 일은 신용평가사의 책임”이라며 “유럽 정상들은 8~9일 회담을 통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결정들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 극복은 기나긴 과정이라고 말해왔다”며 S&P의 경고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