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7명 中企, 대기업 맞서 실리콘 시장 30% 점유
6일 찾은 경기도 화성의 다우실란트산업 공장. 직원들이 내외장 패널이나 석재에 쓰일 실리콘 실란트를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 47명이 전부이지만, 미국의 다우코닝이나 KCC 등 대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던 실리콘 시장 판도를 깨고 국내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린 강소기업이다. 한상욱 대표(53)는 아직 경화되지 않은 실리콘을 손가락으로 찍어 보이며 “초산 성분을 넣지 않아 코를 찌르는 냄새를 없앴을 뿐 아니라 특허 기술로 인체 유해 성분도 제거한 친환경 실리콘”이라고 소개했다.

다우실란트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석재용 실리콘(다우실988)은 은나노 성분을 침투시켜 항균성을 높은 게 특징이다. 그동안 경쟁 업체들은 항균을 위해 비소를 넣어왔는데, 비소 자체가 발암물질인 탓에 유해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아토피, 새집증후군 등으로 친환경 건축이 화두가 되면서 매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매년 판매가 두 배씩 증가해 지난해엔 39억원, 올해는 62억원어치를 팔았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중국 레바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각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다우실란트는 1999년 미국 다우코닝의 실리콘 제품을 포장해 판매하는 작은 유통 대리점으로 출발했지만, 2000년대 초부터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한 덕분에 제조업체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한 대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기술 혁신’에서만 나온다는 생각에 정부 발주 사업에 적극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2006~2007년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 과제 지원으로 은나노 항균 실리콘을 개발한 데 이어 2008년에도 과제에 참여해 실리콘 오일을 넣지 않는 비실리콘 오일 기반의 실리콘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 대표는 “경화 속도가 빠르고 부착력이 우수한 데다 값비싼 실리콘 오일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원가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2008년 단일 제품 매출만 149억원을 올렸을 정도로 건축계 ‘히트상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건축용 실리콘을 넘어 전기·전자 등 첨단 분야의 실리콘 제품도 잇따라 국산화했다. 건물 유리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해 자체 발전하도록 만든 태양광 발전 일체형 건물(BIPV)의 복층유리 제작에 쓰이는 실리콘을 만든 것. 태양전지 모듈의 프레임에도 적용이 가능한 이 제품은 이미 중국의 한 태양광 업체와 계약을 끝내 내년부터 월 1억원 이상 수출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첨단 제품용 실리콘은 건축용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이라며 “연구ㆍ개발과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해 올해 340억원 수준인 매출을 5년 내 1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