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호텔 방랑 끝내니 성적 좋아져…10년간 매년 1승씩 하고 싶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ME대회 우승 박희영
우승상금 50만弗 '일반대회 3배'
하나銀 재계약 앞두고 '금상첨화'
한 동네 사는 선수들 보며 자극
우승상금 50만弗 '일반대회 3배'
하나銀 재계약 앞두고 '금상첨화'
한 동네 사는 선수들 보며 자극
시즌 최종전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미국 진출 3년 만에 96번째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희영(24)이 금의환향했다. 6일 서울시내 냉면집에서 박희영을 만났다. 그는 미국에서 그토록 냉면이 먹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대회가 끝난 뒤 별다른 일정이 없어 바로 귀국할 수 있었으나 1주일 뒤에야 귀국했다. “사실 우승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그냥 캐디와 대회 끝나고 1주일간 휴식을 취하면서 해변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자고 했지요. 그렇게 일정을 짜놨는데 우승을 한 거예요.”
우승 뒤 너무 정신이 없어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렸다가 축하 세리머니를 해준 (최)나연이와 (김)인경이가 정말 고마웠어요. 평소에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격려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는 3년간의 미국생활 중 2년 동안 집 없이 호텔에서 지내며 ‘방랑생활’을 했다. “집을 구하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저 혼자 미국에서 자리잡기가 무서웠어요. 지난해에는 호텔 침대에 있는 진드기에 물려 피부 트러블로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지요. 1년 전 올랜도에 집을 구한 뒤 안정을 찾으면서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가 들어간 곳은 ‘비스카야’라는 주택단지로 박세리, 이지영, 양희영, 유선영, 수잔 페테르센 등 투어 선수들이 몰려사는 곳이다. 서희경도 지난달 이곳으로 이사했다. 이들은 단지에 모여 수영을 하고 골프와 테니스를 치고 바비큐도 즐기는 등 여가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번 우승은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우승상금이 50만달러나 된다. 최다 상금을 자랑하는 US여자오픈과 에비앙마스터스보다 많다. 일반 3개 대회 우승상금과 맞먹는다. 게다가 소속사인 하나은행과 올해 말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해 계약금도 올려받게 됐다.
“김승유 회장님이나 김정태 행장님이 편하게 잘해줘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만나면 성적 얘기는 안 하고 겨울에 몸조심하고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라고 가족처럼 대해줘요.”
미국 투어생활을 통해 배운 것도 많다. “페테르센은 체구도 크고 장타자인데 체력훈련을 열심히 해요. 경기 전날에도 자전거를 한 시간이나 타고 근력운동을 하더군요.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빛을 발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많죠.”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한양CC 클럽챔피언을 지낸 외할아버지는 모두 ‘골프 마니아’다. “집에 연습장도 있었어요. 클럽을 만들기도 했지요. 어린 시절 골프 스윙의 기본 틀을 잡아주셨어요.”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서울대 체육과 교수를 지낸 할아버지 박길준 씨(73)는 전문적인 조언도 했다. “스윙할 때 어느 순간에 힘을 쓰면 많이 흔들린다거나 퍼트할 때 체중을 어디에 실어야 더 좋아진다는 등 몸의 움직임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줬어요. 심지어는 라운드 도중 화장실 갔다 나오면 체온이 떨어지니까 물도 마시고 안정을 취한 다음 천천히 스윙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지요.”
그는 “미국에서 오래 투어생활을 하고 싶다”며 “지금부터 10년간 한 해에 1승 이상씩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 만나면 서른 살 되기 전에 결혼도 하고 싶고요. 숭실대 대학원에서 골프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은퇴 후 교수가 되고 싶어요.”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그는 대회가 끝난 뒤 별다른 일정이 없어 바로 귀국할 수 있었으나 1주일 뒤에야 귀국했다. “사실 우승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그냥 캐디와 대회 끝나고 1주일간 휴식을 취하면서 해변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자고 했지요. 그렇게 일정을 짜놨는데 우승을 한 거예요.”
우승 뒤 너무 정신이 없어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렸다가 축하 세리머니를 해준 (최)나연이와 (김)인경이가 정말 고마웠어요. 평소에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격려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어요.”
그는 3년간의 미국생활 중 2년 동안 집 없이 호텔에서 지내며 ‘방랑생활’을 했다. “집을 구하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저 혼자 미국에서 자리잡기가 무서웠어요. 지난해에는 호텔 침대에 있는 진드기에 물려 피부 트러블로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지요. 1년 전 올랜도에 집을 구한 뒤 안정을 찾으면서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그가 들어간 곳은 ‘비스카야’라는 주택단지로 박세리, 이지영, 양희영, 유선영, 수잔 페테르센 등 투어 선수들이 몰려사는 곳이다. 서희경도 지난달 이곳으로 이사했다. 이들은 단지에 모여 수영을 하고 골프와 테니스를 치고 바비큐도 즐기는 등 여가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번 우승은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우승상금이 50만달러나 된다. 최다 상금을 자랑하는 US여자오픈과 에비앙마스터스보다 많다. 일반 3개 대회 우승상금과 맞먹는다. 게다가 소속사인 하나은행과 올해 말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해 계약금도 올려받게 됐다.
“김승유 회장님이나 김정태 행장님이 편하게 잘해줘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만나면 성적 얘기는 안 하고 겨울에 몸조심하고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라고 가족처럼 대해줘요.”
미국 투어생활을 통해 배운 것도 많다. “페테르센은 체구도 크고 장타자인데 체력훈련을 열심히 해요. 경기 전날에도 자전거를 한 시간이나 타고 근력운동을 하더군요.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빛을 발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많죠.”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한양CC 클럽챔피언을 지낸 외할아버지는 모두 ‘골프 마니아’다. “집에 연습장도 있었어요. 클럽을 만들기도 했지요. 어린 시절 골프 스윙의 기본 틀을 잡아주셨어요.”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서울대 체육과 교수를 지낸 할아버지 박길준 씨(73)는 전문적인 조언도 했다. “스윙할 때 어느 순간에 힘을 쓰면 많이 흔들린다거나 퍼트할 때 체중을 어디에 실어야 더 좋아진다는 등 몸의 움직임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줬어요. 심지어는 라운드 도중 화장실 갔다 나오면 체온이 떨어지니까 물도 마시고 안정을 취한 다음 천천히 스윙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지요.”
그는 “미국에서 오래 투어생활을 하고 싶다”며 “지금부터 10년간 한 해에 1승 이상씩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좋은 사람 만나면 서른 살 되기 전에 결혼도 하고 싶고요. 숭실대 대학원에서 골프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은퇴 후 교수가 되고 싶어요.”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