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박금융 붕괴"…대형 조선사도 한 달 새 10여척 계약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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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선산업
수출 32% 급감…매출·영업익 곤두박질
금융위기 때 수주 취소 악몽 재연 우려
수출 32% 급감…매출·영업익 곤두박질
금융위기 때 수주 취소 악몽 재연 우려
유럽 대형 선사들이 국내 조선업체들에 발주한 선박에 대해 인도 연기를 잇달아 요청하고 나선 것은 자금난 탓이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선박금융이 사실상 붕괴돼서다. 지금 돈이 없으니 나중에 배를 보내달라는 얘기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비상이다. 선박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가 본격화할 경우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대형 조선사는 한 달 새 10여척의 인도 시기를 연기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 국내 조선사에 불똥
전 세계 선박금융의 8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대출 규모 축소에 나서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에 있는 상위 40위 이상 은행들은 그동안 전체 대출의 40~50%를 선박금융 관련 대출로 채웠지만, 최근 30% 이하로 줄였다.
선주사들은 기존 대출금 이자를 갚는 데도 허덕이는 상황에서 대출 규모까지 줄어 자금난이 불가피해졌다. 선사들이 이미 발주한 선박에 대한 인도 시점을 미루고 나선 이유다.
선사들은 통상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할 때 선수금을 먼저 주고 인도 시점까지 약 5번에 걸쳐 건조 대금을 나눠준다. 선주사들이 인도 시기를 늦추면 국내 조선업체 입장에선 건조 대금 일부를 당초 계획보다 2~3년가량 늦게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대형 조선업체들이 모여 있는 울산과 거제도 인근엔 인도가 연기된 수십여척의 선박들로 꽉차 있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선박 인도 연기 요청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무더기 수주 취소나 대금 미지급 등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선주사들을 중심으로 선박 인도 연기 요구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조선사들은 이미 선수금과 중도금을 받아 수주 취소 등의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위기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선박 인도 연기나 취소 요청이 들어온다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터진 선박 인도 연기 및 수주 취소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매출·수익성 악화 불가피
국내 최대 ‘달러박스’ 중 하나인 조선산업의 실적 악화는 이미 올 하반기부터 ‘현재진행형’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93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414억원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분위기다.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저가 수주의 후유증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유럽발 선박 인도 연기 요청까지 겹치면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수주한 선박 건조대금 유입이 늦춰지더라도 인건비나 후판대금 등 운영자금 규모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선박 인도 연기에 따른 후유증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잘나가던 선박 수출액은 지난 9월 31억3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억6100만달러에 비해 32.7% 급감,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선박 인도가 늦춰지면서 건조 대금이 줄어든 탓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조선사들의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10월 말 기준)도 전월 대비 7.47%포인트나 급등한 10.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년이다. 한 대형 조선업체 임원은 “내년은 선박 수주 감소, 인도 연기, 수주 취소 우려 등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선업계로선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비상이다. 선박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가 본격화할 경우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대형 조선사는 한 달 새 10여척의 인도 시기를 연기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 국내 조선사에 불똥
전 세계 선박금융의 8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대출 규모 축소에 나서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에 있는 상위 40위 이상 은행들은 그동안 전체 대출의 40~50%를 선박금융 관련 대출로 채웠지만, 최근 30% 이하로 줄였다.
선주사들은 기존 대출금 이자를 갚는 데도 허덕이는 상황에서 대출 규모까지 줄어 자금난이 불가피해졌다. 선사들이 이미 발주한 선박에 대한 인도 시점을 미루고 나선 이유다.
선사들은 통상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할 때 선수금을 먼저 주고 인도 시점까지 약 5번에 걸쳐 건조 대금을 나눠준다. 선주사들이 인도 시기를 늦추면 국내 조선업체 입장에선 건조 대금 일부를 당초 계획보다 2~3년가량 늦게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대형 조선업체들이 모여 있는 울산과 거제도 인근엔 인도가 연기된 수십여척의 선박들로 꽉차 있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선박 인도 연기 요청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무더기 수주 취소나 대금 미지급 등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선주사들을 중심으로 선박 인도 연기 요구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조선사들은 이미 선수금과 중도금을 받아 수주 취소 등의 상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위기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선박 인도 연기나 취소 요청이 들어온다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터진 선박 인도 연기 및 수주 취소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매출·수익성 악화 불가피
국내 최대 ‘달러박스’ 중 하나인 조선산업의 실적 악화는 이미 올 하반기부터 ‘현재진행형’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93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414억원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분위기다.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저가 수주의 후유증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유럽발 선박 인도 연기 요청까지 겹치면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수주한 선박 건조대금 유입이 늦춰지더라도 인건비나 후판대금 등 운영자금 규모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선박 인도 연기에 따른 후유증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잘나가던 선박 수출액은 지난 9월 31억3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억6100만달러에 비해 32.7% 급감,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선박 인도가 늦춰지면서 건조 대금이 줄어든 탓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조선사들의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10월 말 기준)도 전월 대비 7.47%포인트나 급등한 10.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내년이다. 한 대형 조선업체 임원은 “내년은 선박 수주 감소, 인도 연기, 수주 취소 우려 등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선업계로선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