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위 조선업체 성동조선해양은 작년 8월 약 3조8000억원에 이르는 돈을 갚지 못해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달리 채권단과 해당 기업이 자율적으로 맺은 약정에 따라 기업경영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 성동조선해양의 상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상태다. 채권단의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성동조선해양의 대주주는 자율협약 상태에서 채권단에 일단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원가 이하의 저가 수주를 지속했다. 만들면 만들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돈이 되지 않는 싸구려 선박을 만들어서 일단 선수금을 받아 현금을 마련하는 수법이었다”며 “이를 그대로 놔 두면 회사 가치를 갉아먹고 채권단이 미래에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만 커지는 데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결과 작년 말 기준 이 회사는 부채가 자산을 1조2269억원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성동조선해양이 이처럼 망가진 1차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수주가뭄과 환손실이지만, 2차 원인은 채권단이 제공했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무려 1조8460억원(채권비율 47.40%)을 물리고도 저가 수주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김동수 수출입은행장(현 공정거래위원장)이 성동조선해양의 원가 이하 수주를 제때 막았다면 지금 필요한 돈의 절반 정도로도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진 데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회사를 계속 운영하도록 할 경우 자신의 과실을 감추기 위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면 채권단도 회사 운영에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