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 라용균 선생 기념사업회가 국회 출입기자들의 설문을 토대로 선정한 ‘신사 국회의원’ 시상식이 행사 30분 전에 취소됐다.

기념사업회는 6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시상식을 열고 올해 ‘베스트 10’으로 선정된 의원들에게 ‘백봉 신사상’을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행사를 내달 5일로 미뤘다. 행사장에는 “국회 긴급사정으로 연기되었습니다”는 게시물이 붙었다. 소식을 듣지 못해 현장을 찾은 일부 참석자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속사정은 이렇다. 여야 모두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꽃다발을 받는 모습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제시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수상자들이 난색을 표했다.

5년 연속 수상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김성식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 역시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는 정상화되지 않았고 격렬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상식 자리에 서서 국민 여러분을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고민 끝에 정중히 사양하고자 한다. 더 반성하겠다”고 했다.

기념사업회장인 박희태 국회의장은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국회일정 불참으로 예산안 심의가 표류하고 있는 터에 시상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수상자는 박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성식 남경필 정태근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김진표 박선숙 박영선 정세균 민주당 의원 등이다.

백봉 라용균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된 이 상은 국회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국회의원들의 신사적 태도와 모범적인 의정 활동 등 2개 분야를 평가한다. 1위는 황 원내대표가 차지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