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올스톱 '패닉'…재가동에 최소 1주일 걸려
한국전력 울산지점은 이날 “울산 남구 용연변전소에 이상이 생겨 6일 오후 1시59분 정전이 돼 16분 뒤인 2시15분에 정상 복구됐다”고 밝혔다.
이 선로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50여개 업체와 인근 용연공단 내 70여개 업체 등 모두 120여개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특히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에 있는 SK에너지의 공정 절반 이상과 바스프 코리아 울산공장, 한주, KP케미컬, 대한유화 등 대규모 석유화학 업체들의 경우 사업장의 특성상 조기 정상 가동이 어려워 피해액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의 경우 전체의 절반이 넘는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공장이 대부분 가동이 중단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됐다. SK 관계자는 “많은 원유정제시설 공정이 셧다운돼 내부 제품들을 다 태워버려야 하고 청소 후 다시 원유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가발전으로 일부는 커버했지만 가동 중단된 범위가 넓어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데도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장 가동률 저하와 제품출하 지연, 불량률 상승, 운송지장 등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 1분이라도 정전이 되면 모든 공정이 중단되므로, 복구에 최소 15일이 예상된다 ”고 전했다.
석유화학 공단 내 17개 석유화학 업체에 전력 등을 공급하는 한주의 피해도 극심하다. 한주 관계자는 “정전이 되면 전력이 복구됐다 하더라도 바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현재 피해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이날 정전사고로 인해 SK에너지, SK케미칼 등 일부 산업체에서는 공장 가동 정지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불완전 연소로 공장 굴뚝에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면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울산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정전 사태와 관련, “울산 공단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가 한두 번이 아닌 만큼 이번에는 철저히 원인을 규명해 보상 책임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피해규모를 정확히 산정하기는 힘들지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현장 조사 결과 용연변전소 내 송전선로 용량을 높이기 위해 지하설비 증설작업을 하던 중 GIS(가스절연개폐장치) 이상으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설비결함뿐만 아니라 인적 실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정전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기온 하락과 추위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월 여수산업단지에서도 순간 정전 사고로 20여개 업체에서 7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수 산단 사례를 볼 때 이번 정전에 따른 피해규모도 5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울산=하인식/이정호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