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정말 기업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되풀이했다.

▶언제 떠나려고 결심했나.

“불현듯 이런 시기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많이 지쳤다. 5년 6개월 동안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일요일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30분 회의에 맞춰 회사에 출근하는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 이렇게 일하면서도 이득본 게 하나도 없다. 왜 이렇게 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휴일에는 쉬고 술도 좀 먹고 그러고 싶다.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하려고 한다.”

▶채권단에 사임의사를 표명했나.

“아직 채권단에 말하지 않았다. 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 연락을 드리려고 한다. ”

▶앞으로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 및 매각 작업은 어떻게 되는가.

“팬택 대주주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이다. 채권단 주도로 인수ㆍ합병(M&A) 작업이 진행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것이다. ”

▶스톡옵션과 우선매수청구권은 어떻게 되나.

“3월 말까지 근무해야 10% 정도의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자동적으로 포기하게 됐다. 스톡옵션을 위해 3개월 더 근무하는 건,잘 아시겠지만 제 성격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은 이미 부여받은 권리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쉬면서 생각해보겠다. 산업은행 측과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방법에 대해서 논의하지는 않았다.”

▶올해 말 팬택은 워크아웃을 졸업하는가.

“현재 남은 채권이 4500억원 정도 된다. 그 가운데 채권단이 아닌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협약 채권 2300억원은 자체적으로 상환을 준비하고 있다. 다소 버겁긴 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채권단이 보유한 2200억원의 채무는 비협약 채권 상환에 대한 의지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 만큼 채권단 측에서 리파이낸싱 등으로 화답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

▶박병엽 없는 팬택이 살아갈 수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 경영자가 없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심지어 경영자 유고 시에 대비한 훈련도 했다. 지금까지 저와 동고동락하면서 경영 능력을 키워온 임원진도 있다. 내년 사업계획도 다 준비되어 있다. 흔들림 없이 경영이 이뤄질 것이다.”

▶향후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여 우선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경영일선에 복귀할 생각이 있는가.

“아직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다. 여담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 경영을 위해서는 수천억원이 필요하고 또 그만큼 은행에 보증을 서야 한다. ”

▶마지막으로 경영일선을 떠나는 소감은.

“시원섭섭하다. 특별히 소회를 밝힐 것은 없다. 제가 죽고 없어도 팬택 사옥에서 팬택 사기는 계속 펄럭여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같이 해준 채권단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