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보다 비싼 도시형 주택…서민 내집마련 힘드네
지난해 11월 서울 신림동에서 분양한 도시형 생활주택 아데나 1463. 이곳은 현재 분양을 중단하고 기숙사 등으로 용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분양가가 높아 수요자들이 외면한 탓이다. 인근 R공인 관계자는 “고분양가로 적정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걸 뻔히 아는데 누가 사겠느냐”고 전했다. A부동산 관계자도 “전용률이 낮고 임대료가 비싸 요즘 같은 전세난에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며 “신림동 일대 도시형 생활주택의 40%는 공실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전·월세시장 안정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이 서민·중산층을 울리는 기형적 주거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차장 기준,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는 받지 않지만 분양가만 치솟고 있어서다.

◆아파트보다 비싼 분양가

6일 부동산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가는 인근 소형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아 전체 가격은 낮지만, 단위 면적당 분양가를 따지면 아파트 매매가의 두 배가 넘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분양된 서초동 한라비발디 스튜디오 31㎡(공급면적 기준) 도시형 생활주택은 3.3㎡ 당 분양가가 2796만원이다. 서초동 60㎡ 이하 소형 아파트 3.3㎡당 매매가 1567만원(공급면적)보다 비싸다. 길동의 강동SK큐브2차도 마찬가지다. 공급면적 기준 3.3㎡당 분양가는 2288만원으로 길동 일대 소형아파트 매매가격(1153만원)의 두 배에 이른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전용률은 50~60%대에 불과, 아파트(70~80%대)에 비해 훨씬 낮다.

아파트 보다 비싼 도시형 주택…서민 내집마련 힘드네

◆규제 무풍지대…주거환경 열악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가 수준에 비해 주거환경이 아파트보다 열악해 상품의 품질과 가격 사이의 적정선을 찾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 사례가 주차장 기준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은 주거지역에서는 3~4가구(60㎡)당 1대, 준주거·상업지역은 6~8가구(120㎡)당 1대다. 가구당 1대 이상을 설치하는 아파트에 비해 건설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구조다.

아파트에 적용되는 조경시설(단지면적의 30% 이상) 설치 기준이나 분양가 상한제 규제도 없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각종 규제 완화로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이 활성화되는 측면은 있지만 분양가 인하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주거환경은 더 열악해져 분양자나 임대인들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형으로 바꿔야

분양가가 높다 보니 수익률도 널리 알려진 연 8~10%는커녕 연 4~5%를 밑도는 곳도 상당수다. 미분양이나 공실률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연신내 쪽에 분양 중인 200여가구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분양시작 3개월이 지난 현재 절반도 분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책 실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시형 생활주택 제도를 개선, 서민주거에 적합한 상품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질적 임대수요가 가장 많은 쪽은 2~4인 가구”라며 “정부가 너무 먼 곳을 바라보는 ‘등대효과’에 빠져 무분별하게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를 푼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정선/박한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