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매출채권 담보로 돈 빌릴수 있다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LCD 모니터를 제조하는 A사는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이 회사는 재고는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부동산이 없어 담보대출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높은 금리 부담으로 신용대출도 쉽지 않다. 내년 6월부터 A사는 재고를 담보로 맡기고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게 가능해진다.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동산담보법)’이 내년 6월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A사는 LCD 모니터를 별도 창고에 보관하면서 바코드 등을 통해 유·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만큼 최저 재고 수량인 1000대를 담보 등기하면 운영자금의 일부를 대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6일 은행회관에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은행들이 내년 6월부터 △기계·기구 △재고 자산(원재료·반제품·완제품 등)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하는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기계·기구는 제조번호 등으로 식별할 수 있어야 하며 40~50%의 담보인정비율이 적용돼 5년 이내 시설·운전자금을 빌릴 수 있다. 다른 법률에 따라 등기하는 자동차와 선박은 제외된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계설비를 구입하려는 중소기업은 해당 기계를 구매하는 것과 함께 단독으로 등기할 수 있게 돼 구입자금의 일부를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은행들은 원재료·완제품 등의 재고 자산에 대해서는 25~50%의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해 1년 이내 운전자금을 대출하는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농수축산업자들은 시세 파악과 관리가 쉬운 쌀 보리 소 돼지 등을 담보(담보인정비율 30~40%)로 잡히면 1년 이내의 운전자금을 대출받을 수도 있다. 매출채권에 대해서는 60~80%의 담보를 인정해 1년 이내 운전자금을 빌려준다. 전자방식의 ‘기업 간(B2B) 채권’은 제외된다.

은행들은 향후 동산·채권 관련 여신심사 절차, 담보가치 평가, 상품 개발 및 표준약관 제정, 사후관리 방법, 경매기관 육성 등과 같은 여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법원 행정처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18개 지방법원 등기과를 직접 방문해 담보 등기를 신청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2013년 7월까지는 인터넷으로도 동일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하지만 법적 장치 미비, 부동산 담보 의존 관행, 대출 담당자의 소극적인 자세 등으로 은행들의 동산담보대출은 지난 6월 말 현재 747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원화 기준 567조5000억원)의 0.01%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동산담보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의 자금 융통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수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중소기업에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이 생기는 데다 동산과 채권이 정규 담보로 인정받으면 신용 보강에 따른 금리 감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