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베이커리 혁신…SPC, 해외서 新성장동력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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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SPC그룹
프랜차이즈 매장 5000개
생크림케이크·카페형 매장…새 트렌드 주도하며 '인기'
글로벌시장 '정면돌파'
美·中 이어 동남아·남미 공략…한국식 노하우로 영역 확대
프랜차이즈 매장 5000개
생크림케이크·카페형 매장…새 트렌드 주도하며 '인기'
글로벌시장 '정면돌파'
美·中 이어 동남아·남미 공략…한국식 노하우로 영역 확대
세리토스몰점의 성공비결은 맛뿐만 아니라 고객의 제품 선택폭을 극대화한 한국식 빵집 운영 노하우에 있다는 게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분석이다. 미국 빵집의 진열 품목 수가 보통 100여개에 불과하던 것을 300여개로 늘려 현지인 수요를 공략했다. “우리는 매일 수백만개의 빵을 만들지만, 고객은 하나의 빵을 사서 우리를 평가한다”는 SPC의 고객만족 경영이 베이커리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통했다는 설명이다.
베이커리 선두업체인 SPC그룹이 해외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한국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파리바게뜨가 그 선두에 섰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이르면 연내 베트남과 싱가포르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중동과 중남미지역 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제정한 ‘2011년 글로벌경영 부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를 수상했다.
○파리바게뜨 “이제는 빵 한류(韓流)다”
내수기업이었던 SPC그룹이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국내에선 고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3000호점을 돌파한 파리바게뜨 등의 제품 경쟁력 및 운영 노하우가 선진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파리바게뜨의 제품 생산 방식과 신제품은 국내 베이커리시장의 트렌드가 됐다. 1988년 6월23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문을 연 파리바게뜨 1호점은 당시 이 일대에서 명물로 떠올랐다.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구워내는 이른바 ‘베이크 오프(bake-off)’ 생산 방식 덕분이었다. 매장 앞을 지날 때마다 빵 굽는 냄새가 풍겨나왔고, 매장 진열대엔 따끈한 온기를 품은 바게트 페이스트리 등 프랑스풍의 빵들이 놓여 있었다. 고려당 등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파리바게뜨가 주목받는 첫 계기였다.
혁신은 이어졌다. 다음은 케이크였다. 버터 케이크가 주류를 이루던 1990년대 초반 생크림 케이크를 대대적으로 선보이며 케이크시장의 흐름을 바꿔놨다.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은 “1995년 ‘파리바게뜨는 생크림 케이크가 맛있다’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각 매장 매출이 20% 이상 늘어났다”며 “파리바게뜨가 생크림 케이크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시기”라고 전했다.
2000년대 들어선 카페형 빵집으로 새 트렌드를 이끌었다. 대부분 빵만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형태였던 상황에서 테이블에 앉아 음료와 디저트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매장구조를 바꿔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와인을 빵 매장으로 끌어들인 것도 파리바게뜨였다.
파리바게뜨의 ‘혁신 DNA’는 SPC그룹의 모태인 ‘상미당’과 삼립식품, 샤니 등으로 연결된다. 1945년 창업자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고향인 황해도 옹진에서 상미당이란 제과점을 열었다. 3년 뒤 사업지를 서울로 옮겨 연료비를 크게 줄인 무연탄 가마를 개발, 값싸고 품질 좋은 빵을 선보이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59년 삼립식품으로 상호를 바꾼 뒤 지금도 판매량이 상당한 ‘삼립 크림빵’ ‘삼립 호빵’ 등을 잇따라 내놨다. 1972년 고급 빵 생산을 위한 샤니가 출범했고, 창업주의 아들로 미국제빵학교(AIB)에서 공부한 허영인 회장이 1983년 샤니 경영을 맡으면서 새로운 베이커리 트렌드를 주도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매장 첫 5000개 돌파
SPC그룹의 실험은 자체 브랜드에만 그치지 않았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들여온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매장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배스킨라빈스가 국내에 매장을 선보인 지 10년 만인 1996년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겨울철 매출이 뚝 떨어지던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했다. 이 품목은 지금까지도 배스킨라빈스 매장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던킨도너츠에선 제품과 운영 방식을 국내 소비자 성향에 맞췄다. 신선한 제품만을 판매한다는 원칙에 따라 도넛은 만든 지 8시간, 커피는 내린 지 18분이 지나면 폐기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도입하고 있는 ‘고객 주문’ 방식 대신에 고객이 직접 제품을 골라 가져가는 ‘셀프 판매’ 방식을 적용했다.
이런 실험이 성공하면서 가맹점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파리바게뜨는 출범 8년 만인 1996년 600호점을 돌파, 동종업계 선두로 올라선 뒤 격차를 크게 벌렸다.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처음으로 지난달 3000호점을 넘겼다. 배스킨라빈스 매장 수도 지난달 말 현재 980개에 달했으며 던킨도너츠는 840개, 커피전문점인 카페 파스쿠찌는 190개, 떡 전문점 빚은은 165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새 성장동력은 해외에서…국내선 상생 경영
‘개장 5년 이후 매장 인테리어 리뉴얼’ ‘그룹 공채 10%를 아르바이트생으로 선발’ ‘가맹점주 경영학석사(MBA)과정 운영’. SPC그룹이 올 하반기부터 가동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의 일부분이다. 개인 창업자, 젊은 아르바이트생 등과 연관성이 많은 프랜차이즈 업종 선두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상생 정책은 업종 특성에 맞춰졌다. 장비 교체가 필요할 때도 재활용을 통해 가맹점주의 비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은 점에 착안, 근무 태도가 우수한 아르바이트 대학생 100명을 매년 선정해 등록금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성장동력은 해외 시장에서 찾는다는 방침이다. SPC그룹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 매장은 지난달 말 현재 중국 68개, 미국 18개 등 총 86개다. 매장 확대 속도가 빠른 중국에선 올 연말까지 80개로 늘린 뒤 내년엔 15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최고급으로 자리잡은 뒤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업체는 파리바게뜨가 유일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파리바게뜨는 또 최근 현지법인을 설립한 베트남과 싱가포르엔 내년 초에 매장을 낼 예정이다. 미국과 진출을 추진 중인 중동 등을 감안하면 내년 해외 매장 수는 200여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이 지난 6월 미국 세리토스몰점을 방문해 교민보다 현지인 고객 수가 훨씬 많은 점을 확인한 뒤 파리바게뜨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