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유령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판매한 5개 조직의 112명을 검거했다고 8일 발표했다. 대포통장 밀매조직 가운데는 가장 큰 규모의 검거실적이다.

지난 6월 경기 부천 중동지역을 무대로 대포통장을 판매한 총책 박모씨(40)씨를 구속한 경기경찰청은 이후 5개월간 박씨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대포통장 950여개에 대한 계좌 추적 및 대포통장 명의 법인 등의 실체를 추적한 끝에 서울, 경기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판매한 5개 조직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이모씨(30)등 지역별 총책 5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김모씨(43) 등 49명을 같은 혐의로, 유령법인 명의자 최모씨(33) 등 58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92개의 유령법인 명의 법인 인감 및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법인당 70만원에 구입해 이를 이용해 20개 금융기관에서 954개 금융계좌를 개설하고 통장과 현금카드를 발급받았다. 이들은 불법 스포츠토토 운영자, 보이스피싱 조직, 인터넷 물품사기범, 대출사기범 등에게 대포통장 1개당 50~60만원을 받고 판매해 총 5억 73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들은 통장을 개설하여 판매하는 조직의 ‘총책’, 유령법인 명의 통장개설시 금융기관에서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한 교육담당 및 통장 취합, 양도 역할을 하는 ‘관리책’, 법인명의 계좌를 개설하는 ‘개설책(일명:필드)’ 등으로 각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총책·관리책·개설책 등은 같이 일을 하면서도 각자의 신분을 알지 못하도록 가명과 대포폰을 사용했고 검거될 경우 서로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됐다. 이번에 검거된 조직은 서울 천호동, 경기 부천 중동, 경기 시흥 정왕동 조직 등 5개 조직으로 파악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의자들은 법인 관계 서류와 위조한 위임장만 있으면 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한 은행에서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 수 있는 점을 악용해 법인 1개당 10개가 넘는 통장을 만들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 계좌 개설에 이용된 유령법인 설립만을 전문으로 하는 별도 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노숙자나 신용불량자들을 이용해 유령법인을 설립하는 조직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원=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