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시장 마지막 '대어'인 GS리테일의 상장 과정에서 콧대 높은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 7일 여의도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초대장이 없는 투자자는 철저히 배제한 자리였다.

최근 증권업계 '핫 이슈'인 하이마트 인수전과 관련된 질문은 아예 받지도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장 전 기관 대상 설명회에서 이렇게 고압적인 회사는 처음"이라며 "상장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설명회에 참가했던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하이마트 인수건은 중요한 문제임에도 관련 질문을 받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공모가 산정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의 높은 공모가 밴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GS리테일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8000원~2만1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9.4~22.6배 수준이다.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는 14.1배~16.4배로 추정돼 국내 동종업체 평균에 비해 높다.

국내대표 유통 3사인 롯데쇼핑과 이마트, 하이마트의 올해 평균 PER는 12.4배 수준이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모가 밴드도 사실 황당한 수준"이라며 "공모가를 최종 선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모가가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 것은 LG상사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공모는 LG상사가 보유 중인 구주매출로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할된 후 갖고 있던 지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다.

LG상사는 현재 GS리테일 주식 2461만8240주(지분 32.0%)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1540만주(지분 20.0%)를 구주 매출한다.

모 애널리스트는 "GS리테일이 상장하는 이유가 LG상사의 출구전략 일환인 만큼 주관사를 선정할 당시부터 공모가를 높게 책정할 것을 요구했었다"고 지적했다.

GS리테일의 주력 사업인 편의점(GS25)과 슈퍼마켓(GS슈퍼마켓)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액의 64%가 편의점, 34%가 슈퍼마켓에서 발생했다.

모 애널리스트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등 정부 방침으로 인해 슈퍼마켓 부문의 성장이 주춤한 상태"라며 "이 부문의 전망이 좋아야 기업 가치가 더 높게 책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소용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편의점과 SSM 시장의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12.0%, 15.4%로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 두 시장 모두 대형 3사의 시장 점유율이 70%대로 신규 진입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올 상반기 공모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하이마트의 PER도 이만큼 높지는 않았다"며 "GS리테일의 경우 상장 이후 주가가 부담스럽기는 하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