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안 볼빅 회장 "찾기 쉬운 볼빅 컬러볼…캐디들에 인기 폭발이죠"
국산 골프볼 업체인 볼빅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는 제7회 스포츠산업 대상을 수상했다. 볼빅은 2009년 8월 문경안 회장(54·사진)이 인수한 뒤 2년여 만에 국내에서 ‘컬러볼’ 신드롬을 일으키며 골프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특히 미국 LPGA투어에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며 국산 골프용품의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다. 유일하게 국내에서 생산하는 ‘토종 국산 골프용품’의 성공 신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문 회장을 8일 만났다.

볼빅은 미 LPGA투어의 캐디 유니폼을 후원하고 있다. 로라 디아즈와 LPGA선수협회장인 엘리스 파우치 등을 후원하고 프로암 공식볼과 퓨처스투어 연습볼도 공급하고 있다.

볼빅의 미 투어 진출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선수들의 외면이었다. 문 회장은 “국내 선수들에게 볼 후원을 하려고 했더니 터무니없는 액수를 달라고 하더군요. 국내 선수들 따라다니다가 한계를 느껴 미국으로 갔어요. 외국 선수들은 볼이 정말 예쁘다면서 자신들이 먼저 후원해 달라고 하더군요. 최근 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에게 ‘볼빅은 너희 나라 볼인데 왜 안 쓰니’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국내 선수들이 볼빅볼 안 쓰고 못 배길 겁니다.”

현재 국내에서 볼빅볼을 쓰는 선수는 150명으로 불어났다. 최혜정은 볼빅볼을 사용해 최고의 메이저대회인 ‘제33회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볼빅은 이제 협회 사이트에 후원 선수 모집 공고를 내고 골라서 후원하는 입장이 됐다.

문 회장이 미국 대회장에 가면 마이크 완 투어 커미셔너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는다. “허물 없이 지낼 정도예요. 커미셔너가 볼빅에 매우 우호적이거든요. 커미셔너와 제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 저를 거들떠 보지도 않던 유명 선수들이 지금은 볼빅볼을 쓰고 싶다고 먼저 오더군요.”

국내 캐디 사이에서도 볼빅볼은 최고의 인기다. “4가지 컬러볼을 쓰면 18홀 라운드에 30분 정도 경기 시간이 줄어요. 캐디가 뛰어가서 볼을 확인할 필요가 없거든요. 안개 낀 날에는 더 좋죠. 캐디들이 일하기 편해졌으니 볼빅볼을 안 좋아하겠습니까.”

문 회장의 경영철학과 마케팅 기법은 대학에서 강의 자료와 논문 주제로 연구되고 있다. 무명 브랜드로 골프볼 시장 점유율을 3.5%에서 2년여 만에 30%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볼빅을 인수한 뒤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가 봤는데 보유 기술과 특허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듀얼 코어’ 볼이 볼빅에서 처음 나왔거든요. 최고의 디자이너를 고용해 컬러볼을 제작했습니다. 포장도 화장품 케이스처럼 최고로 만들라고 했지요.”

볼빅은 수출할 때도 가격을 철저하게 지킨다. 외국에서 바이어가 오면 1년간 한 개를 못팔더라도 가장 비싸게 팔겠다고 약속하면 물건을 준다. 볼빅볼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미즈노를 키웠고 미국은 나이키, 독일은 아디다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양용은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상금은 100만달러 정도 벌었지만 캐디백이나 클럽 판매가 늘면서 오히려 국내는 손해를 봤지요. 국내 선수들의 세계적인 기량에 걸맞게 골프산업도 함께 커야 국가적으로 이익입니다.”

글=한은구/사진=신경훈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