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부터 2세대(G) 서비스를 종료하고 4G 서비스를 시작하려던 KT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제조사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국내 2위 이통사인 KT에 당분간 4G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공급하지 못하게 돼 판매량에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2G 서비스 종료 불과 6시간 전인 7일 오후 "2G 가입자 15만9000여명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2G 서비스를 끝내고 이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4G 롱텀에볼루션(LTE)을 시작하기로 했던 KT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가뜩이나 경쟁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보다 한발 늦은 마당에 사업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KT는 "법원의 결정은 2G 종료 시행 시기를 잠정 보류한 것이지 2G 종료 자체를 중단하라는 것은 아니다" 며 "즉각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늦어도 일주일 안에 항고할 계획" 이라며 "가처분 소송이어서 결정이 빠르게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이 항소심에서 KT 손을 들어준다 해도 2G 가입자들이 대법원에 상고하거나 본안 소송으로 갈 경우 LTE 서비스는 6개월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KT에 스마트폰을 공급하기로 했던 제조사들도 한숨을 쉬고 있다. KT의 가세로 LTE 시장이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당분간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통해서만 판매해야 한다.

KT는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갤럭시S2 HD, 갤럭시 노트, 갤럭시탭 8.9 LTE, 팬택 베가 LTE 등 4종의 LTE 기기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특히 갤럭시 S2 HD와 베가 LTE 등은 LTE 개시와 함께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미 초도 물량을 받아놓은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도 물량은 KT에 공급된 상태" 라며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은 맞다"고 밝혔다. 또 "LTE 서비스가 문제없이 되리라 판단하고 물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 며 "이통사별로 모델이 달라 KT 전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일단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팬택 관계자도 "적은 물량의 베가 LTE를 테스트 용으로 공급했다" 면서 "KT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을 감안하면 LTE 시장 확대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