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코끼리요?…4년만 같이 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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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그래도 우리는 뜨겁다 - 삼성에버랜드'간판 사육사' 김종갑 과장
처음 들여온 기린·코끼리…함께 잠자며 습성 완벽 파악
"내게는 축사가 배움의 현장…형편 됐어도 대학 안갔을 것"
그래도 우리는 뜨겁다 - 삼성에버랜드'간판 사육사' 김종갑 과장
처음 들여온 기린·코끼리…함께 잠자며 습성 완벽 파악
"내게는 축사가 배움의 현장…형편 됐어도 대학 안갔을 것"
“대학이요. 갈 형편도 안 됐지만 집안 사정이 좋았어도 안 갔을 겁니다.”
삼성에버랜드의 ‘간판’ 사육사인 김종갑 과장(44)은 “어렸을 때부터 사육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엔 사육사 직종에 딱 맞아떨어지는 학과도, 자격증도 없었다”며 “그럴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현장 경험을 쌓아 전문가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이 이 직업을 선택한 데는 유년기의 경험이 큰 영향을 줬다. 고향인 경북 상주는 당시(1970년대)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놀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가난했던 그에게는 개와 함께 소에게 먹일 풀을 베러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자신을 잘 따르는 동물들을 보면서 동물을 기르는 데 소질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김천농공고에 입학한 그는 식물 조경 축산 등 여러 과정 가운데 주저 없이 축산을 선택했다. 3년간 매일같이 새벽 5시에 학교에 나가 사료를 먹이고 우유를 짜는 등 부지런히 젖소를 돌보며 사육사의 꿈을 키워나갔다.
어린 나이에 심지 깊은 노력이 가상했던지 곧 결실이 찾아왔다. 1986년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졸업과 동시에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멸종 위기 동물인 ‘사불상’(四不像·당나귀 말 소 사슴의 특징을 동시에 닮은 중국 사슴)을 담당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1990년 복귀해서는 당시 국내 동물원 최초로 에버랜드에 들어온 코끼리와 기린 사육을 맡게 됐다.
그러나 TV나 영화에서 보던 큰 덩치의 동물을 기르게 됐다는 설렘도 잠시, 두려움과 막막함이 찾아왔다. 국내 최초의 사육이었던 만큼 궁금한 점을 물어볼 데가 없었던 탓이다. 그는 닥치는 대로 코끼리와 기린 관련 서적을 읽고 그들의 습성과 행태를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엔 동물마다 개성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같이 사는 게 가장 빨리 친해지는 길”이라며 동물들과의 ‘동침’을 결심했다. 집에서 침낭을 가져와 하루는 코끼리, 하루는 기린 축사에서 함께 자는 그를 보고 동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잠은 어떻게 자는지, 코는 안 고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결혼하기 전까지 4년간 축사에서 잤다”며 “궁금해하는 만큼 배울 수 있는 게 현장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기린이 대변을 볼 때면 옆에 가서 동그란 똥이 몇 개 나오는지를 손으로 일일이 헤아렸다. 새끼를 낳았을 때는 몸무게를 측정해 ‘태반 무게=새끼 무게의 10%’라는 등식도 만들어냈다. “기린이 대변을 보면 똥이 200~220개 나옵니다. 이를 토대로 똥 개수에 따라 건강 상태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 많거나 적으면 어딘가 안 좋다는 거죠.”
이렇게 20년 넘게 동물들과 살다시피하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코끼리가 사람 말을 하기 시작한 것. 김 과장과 숙식을 함께했던 ‘코식이’는 몇 년간의 훈련을 통해 코를 입 속에 넣고 흔드는 식으로 “좋아” “누워” 등 7~8개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이 사실이 공개되자 세계 동물학계와 과학계가 흥분했다.
에버랜드의 또 다른 명물 ‘장순이’도 그가 키워낸 스타 기린이다. 장순이는 작년 여름 15번째 출산에 성공해 기린계의 다산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0년 첫 출산 이후 지금까지 16마리의 새끼를 낳아 파리동물원 ‘람바’(17마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새끼를 낳았다. 현재 전국 각지의 동물원에 나가 있는 기린 중 다수가 김 과장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그는 “그저 아무 대학, 아무 학과에나 진학해서 시간을 허비했더라면 코식이와 장순이를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사육사라는 평을 들을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종갑 과장은…
세계 2위 '多産 여왕' 기린 등 에버랜드 '스타 동물' 키워내
김종갑 삼성에버랜드 과장은 1968년 경북 상주 태생으로 1986년 김천농공고 졸업 후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했다. 에버랜드 초식사파리에서 25년간 사육사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로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를 훈련시켜 세계 동물학계와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6마리의 새끼(쌍둥이 포함)를 낳은 다산왕 기린 ‘장순이’도 그가 길러낸 스타 동물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창립 43주년 기념표창(2006년), 서비스 CS부문 사업부 표창(2010년), 창립 48주년 기념표창(2011년)을 받았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삼성에버랜드의 ‘간판’ 사육사인 김종갑 과장(44)은 “어렸을 때부터 사육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시엔 사육사 직종에 딱 맞아떨어지는 학과도, 자격증도 없었다”며 “그럴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현장 경험을 쌓아 전문가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이 이 직업을 선택한 데는 유년기의 경험이 큰 영향을 줬다. 고향인 경북 상주는 당시(1970년대)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놀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가난했던 그에게는 개와 함께 소에게 먹일 풀을 베러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자신을 잘 따르는 동물들을 보면서 동물을 기르는 데 소질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김천농공고에 입학한 그는 식물 조경 축산 등 여러 과정 가운데 주저 없이 축산을 선택했다. 3년간 매일같이 새벽 5시에 학교에 나가 사료를 먹이고 우유를 짜는 등 부지런히 젖소를 돌보며 사육사의 꿈을 키워나갔다.
어린 나이에 심지 깊은 노력이 가상했던지 곧 결실이 찾아왔다. 1986년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졸업과 동시에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멸종 위기 동물인 ‘사불상’(四不像·당나귀 말 소 사슴의 특징을 동시에 닮은 중국 사슴)을 담당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1990년 복귀해서는 당시 국내 동물원 최초로 에버랜드에 들어온 코끼리와 기린 사육을 맡게 됐다.
그러나 TV나 영화에서 보던 큰 덩치의 동물을 기르게 됐다는 설렘도 잠시, 두려움과 막막함이 찾아왔다. 국내 최초의 사육이었던 만큼 궁금한 점을 물어볼 데가 없었던 탓이다. 그는 닥치는 대로 코끼리와 기린 관련 서적을 읽고 그들의 습성과 행태를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엔 동물마다 개성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같이 사는 게 가장 빨리 친해지는 길”이라며 동물들과의 ‘동침’을 결심했다. 집에서 침낭을 가져와 하루는 코끼리, 하루는 기린 축사에서 함께 자는 그를 보고 동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잠은 어떻게 자는지, 코는 안 고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결혼하기 전까지 4년간 축사에서 잤다”며 “궁금해하는 만큼 배울 수 있는 게 현장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기린이 대변을 볼 때면 옆에 가서 동그란 똥이 몇 개 나오는지를 손으로 일일이 헤아렸다. 새끼를 낳았을 때는 몸무게를 측정해 ‘태반 무게=새끼 무게의 10%’라는 등식도 만들어냈다. “기린이 대변을 보면 똥이 200~220개 나옵니다. 이를 토대로 똥 개수에 따라 건강 상태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 많거나 적으면 어딘가 안 좋다는 거죠.”
이렇게 20년 넘게 동물들과 살다시피하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코끼리가 사람 말을 하기 시작한 것. 김 과장과 숙식을 함께했던 ‘코식이’는 몇 년간의 훈련을 통해 코를 입 속에 넣고 흔드는 식으로 “좋아” “누워” 등 7~8개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이 사실이 공개되자 세계 동물학계와 과학계가 흥분했다.
에버랜드의 또 다른 명물 ‘장순이’도 그가 키워낸 스타 기린이다. 장순이는 작년 여름 15번째 출산에 성공해 기린계의 다산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0년 첫 출산 이후 지금까지 16마리의 새끼를 낳아 파리동물원 ‘람바’(17마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새끼를 낳았다. 현재 전국 각지의 동물원에 나가 있는 기린 중 다수가 김 과장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그는 “그저 아무 대학, 아무 학과에나 진학해서 시간을 허비했더라면 코식이와 장순이를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사육사라는 평을 들을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종갑 과장은…
세계 2위 '多産 여왕' 기린 등 에버랜드 '스타 동물' 키워내
김종갑 삼성에버랜드 과장은 1968년 경북 상주 태생으로 1986년 김천농공고 졸업 후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했다. 에버랜드 초식사파리에서 25년간 사육사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로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를 훈련시켜 세계 동물학계와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6마리의 새끼(쌍둥이 포함)를 낳은 다산왕 기린 ‘장순이’도 그가 길러낸 스타 동물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창립 43주년 기념표창(2006년), 서비스 CS부문 사업부 표창(2010년), 창립 48주년 기념표창(2011년)을 받았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