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어' 정신이 최고 제조 경쟁력 키웠다
충남 당진에 있는 이화글로텍 사무실에는 ‘꿈과 땀과 나눔’이라는 사훈이 걸려 있다.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꿈을 키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그 성과를 모든 임직원이 나누자는 뜻이다. 섬유 열처리 기계 텐더의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그 꿈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하던 텐더를 국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해 독일 몽포스에 이은 세계 2위 업체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500억원)의 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출 강소기업이다.

이화글로텍뿐 아니다. 폴리에스터 원단 생산업체 을화, 반도체장비업체 테크윙 등도 해당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며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연 숨은 주역이다. 품목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 2위인 이들 강소기업의 성공 비결은 △제품개발 단계에서의 기술력과 아이디어 △마케팅 단계에서의 신뢰와 이미지 구축 △탈코리아 등이었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최강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 석권

'해봤어' 정신이 최고 제조 경쟁력 키웠다
이화글로텍 연구 인력은 전체 직원(117명)의 10%를 넘는 15명이다. 매년 매출의 3%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처음에는 독일 일본 등의 기계를 모방하는 수준이었으나 밤낮으로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해외에서도 인정해주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원단 촉감을 좋게 하고 방수 기능을 보완하는 기술은 몽포스 등에 비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매년 이익의 30%를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돌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는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병식 회장은 “동남아 인도 남미 미국 등에서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이화글로텍 제품을 최고로 쳐준다”고 말했다.

테크윙은 일본 아드반테스트가 독식하던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장비인 핸들러(반도체 테스트 장비) 시장을 석권했다. 지난 7월 768개의 반도체를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는 768패러렐 핸들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정도로 기술력에서 단연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거래 업체도 하이닉스반도체뿐 아니라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40여곳에 이른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웃돈다.

◆아이디어와 틈새전략으로 승부

1985년 설립된 의류 원단업체 을화는 차도르 히잡 등에 쓰는 농염원단으로 중동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 8000만달러 대부분을 중동에서 벌어들였다.

이 회사는 초기 다양한 종류의 원단을 홍콩 브라질 미국 유럽 중동 등지에 수출했다. 하지만 중국에 원단시장을 뺏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을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발빠르게 농염원단에 특화하고 기술력을 길렀다. 신축성과 촉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2006년부터 중동 수출이 빠르게 늘었다. 올해 수출액은 1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수출 강소기업 더 육성해야

강소기업들의 활약에 힘입어 2001년 646억달러였던 중소기업 수출액은 지난해 1612억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1700억달러 안팎으로 무역 1조달러 시대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절대 수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30%대 초반으로 10년 새 10%포인트나 낮아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김여진 연구원은 “무역 1조달러 달성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위주의 수출 구조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수출 강소기업의 적극적인 발굴과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공동기획 : 한국경제·KOTRA·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