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감옥' 에 갇힌 청년들 스스로 극복 의지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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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 한경의 진단&제언
"운·기회 있어야 성공"…취업난에 집단적 비관, 대인기피·우울증도
"운·기회 있어야 성공"…취업난에 집단적 비관, 대인기피·우울증도
올해 초 수도권의 4년제대를 졸업한 A씨(26·여)는 취업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집 밖을 나서는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토익 점수를 높이고 자격증도 몇 개 따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백조’ 상태다. A씨는 자신의 몸만 집에 가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는 그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더 두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류전형을 통과하더라도 면접에서는 번번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겹치면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실력’보다 ‘로또’?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라.’ 말은 쉽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실질 청년실업률은 2004년 12.2%에서 지난해 16.7%로 4.5%포인트나 증가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취업지망생이 불안과 초조감을 이겨내지 못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아르바이트 정보 제공 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4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운과 기회’(40.9%)를 꼽았다. 심지어 ‘실력’(16.1%)보다도 ‘로또’(18.7%)라고 대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자수성가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하다’(42.3%) 보다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57.7%) 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가히 집단적인 비관 양상이다.
◆‘원형 감옥’에 갇힌 청년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1975년 쓴 그의 책 ‘감시와 처벌’에서 ‘원형 감옥(panopticon)’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이 감옥은 원형으로 생긴 탑의 한가운데에 감시자가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싼 부분에는 죄수들이 들어가도록 돼 있다. 간수는 죄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죄수는 간수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뿐 실제로 간수를 볼 수는 없다.
이 같은 시선의 불균형이 이어지면 자포자기한 죄수는 규율을 내재화하게 된다. 간수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항상 규율을 지키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청년들도 이 같은 원형 감옥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이란 지적이다.
지금의 청년들이 힘든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탓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그들 자신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긍정적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현실에 순응해도 좋다는 의미에서의 긍정이 아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취업이 안 된다고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본인이 처한 힘든 상황을 드러내고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원형 감옥에서 보이지 않는 간수를 두려워하며 숨죽이고 사는 일만이 기다리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실력’보다 ‘로또’?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라.’ 말은 쉽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실질 청년실업률은 2004년 12.2%에서 지난해 16.7%로 4.5%포인트나 증가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취업지망생이 불안과 초조감을 이겨내지 못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아르바이트 정보 제공 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4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운과 기회’(40.9%)를 꼽았다. 심지어 ‘실력’(16.1%)보다도 ‘로또’(18.7%)라고 대답한 비율이 더 높았다. 자수성가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하다’(42.3%) 보다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57.7%) 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가히 집단적인 비관 양상이다.
◆‘원형 감옥’에 갇힌 청년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1975년 쓴 그의 책 ‘감시와 처벌’에서 ‘원형 감옥(panopticon)’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이 감옥은 원형으로 생긴 탑의 한가운데에 감시자가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싼 부분에는 죄수들이 들어가도록 돼 있다. 간수는 죄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죄수는 간수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뿐 실제로 간수를 볼 수는 없다.
이 같은 시선의 불균형이 이어지면 자포자기한 죄수는 규율을 내재화하게 된다. 간수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항상 규율을 지키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청년들도 이 같은 원형 감옥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이란 지적이다.
지금의 청년들이 힘든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탓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그들 자신에게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긍정적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현실에 순응해도 좋다는 의미에서의 긍정이 아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취업이 안 된다고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본인이 처한 힘든 상황을 드러내고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가져야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원형 감옥에서 보이지 않는 간수를 두려워하며 숨죽이고 사는 일만이 기다리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