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마일드 리세션 까지는 안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개월 연속 동결(연 3.25%)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8일 금리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마일드 리세션(완만한 경기 침체)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의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다.

◆금리 정상화 원칙 불변

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만장일치였다”고 밝혔다. 6명의 금융통화위원 중 누구도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섣불리 금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기존 동결 논리가 그대로 유지됐다. 국내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금리 정상화 기조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대외 불안이 가라앉으면 금리 인상을 재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김 총재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연말쯤 유럽 경제의 마일드 리세션 진입을 예상했지만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중수 "마일드 리세션 까지는 안간다"

◆악화된 실물경제 전망

한은의 국내외 경기 진단은 한 달 전보다 악화됐다. 한은이 이날 배포한 ‘통화정책 방향’ 자료를 보면 세계 경제 평가는 지난달 ‘선진국 부진, 신흥시장국 호조’에서 이달에는 ‘선진국 부진, 신흥시장국 성장세 다소 약화’로 바뀌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기댈 언덕이 줄어들고 있다는 경보음이다.

국내 경제 전망도 ‘장기 추세 수준의 성장’에서 ‘장기 추세 수준의 성장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달라졌다. 한 달 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그보다 낮을 것이라고 시사한 셈이다. 특히 내수경기에 대한 우려는 ‘주춤했다’에서 ‘소비가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로 구체화됐다.

물가 우려는 ‘높은 수준에서 등락’에서 ‘하락 속도는 완만’으로 다소 완화됐다. 김 총재도 “내년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대한 압력이 올해보다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한은이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양적완화 정책에 나서는 게 가능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은법 개정으로 설립 목적에 추가된)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20개국(G20)이 유럽 지원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에 합의할 경우 한국도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채권금리 급반등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쯤 한은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김 총재의 발언에서 그런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던 채권금리가 기자회견 이후 급반등했다”고 말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포인트 오른 연 3.35%에 마감했다.

하지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하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의 국내외 경기 인식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김 총재의 금리 정상화 발언은 결과적으로 블러핑(허세)이 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2분기, 늦어도 3분기 초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