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환헤지 옵션 상품)에 가입했다 환율 급등으로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 2라운드에서도 법원은 1심과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하지만 1심에서 일부 승소한 기업의 “키코 결제액이 늘어나 피해액도 커졌다”는 주장이 2심 판결에 반영돼 앞으로 은행이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이강원)는 중소기업 세신정밀이 키코 상품으로 40억여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8일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키코 소송 1심에서 은행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 중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항소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신한은행이 세신정밀에 과도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면서 설명의무를 어겼다”는 취지로 신한은행의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했으나 SC제일은행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신정밀이 소송 중 키코 결제에 따른 추가 손해액을 2심에서 약 38억3000여만원을 추가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신한은행이 세신정밀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1심 7500만원(청구액 1억7000여만원)에서 2심 9억3000여만원으로 약 12배 급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