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수능' 에 불안한 수험생들…대입박람회장 미어 터진다
전국 202개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EBS가 함께 주최한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린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박람회가 시작도 하기 전인 오전 8시께부터 수험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문 대기줄은 코엑스 전시관 내부를 다 채우고도 넘쳐 외부로까지 이어졌다. 사고 발생을 우려한 주최 측은 예정보다 10분가량 이른 9시50분께 행사장 문을 열었다.

개장 후에도 수험생들은 여전히 줄을 길게 늘어섰다. 오후 3시를 넘겨 도착한 일부 학생들은 “제대로 상담을 받으려면 내일 다시 와야겠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하룻동안 박람회장을 찾은 인원만 2만5000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 57개 고등학교 1만9000여명이 단체로 관람했고, 개인적으로 찾아온 학생들도 5000명을 웃돌았다.

개막 전 예약된 단체 관람은 158개교 4만2000명에 이르며 박람회 기간 중에도 신청을 받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학생들이 대부분인 평일과 달리 주말에는 학부모들까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 측은 1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박람회 관람객이 연인원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1만㎡가 넘는 행사장은 100개 참가 대학들의 부스와 학생들로 꽉 들어찼다. 경희대, 건국대 등 일부 인기 대학은 상담 대기줄이 둘레 30m가량의 부스를 세 겹으로 둘러쌀 정도였다. 폐장 시간인 오후 5시까지 상담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예약표를 받고 돌아갔다.

대교협은 이 같은 입시박람회를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복잡해져가는 입시제도에 편승해 사설 입시학원들만 배부르는 상황이 되자 공적 기관인 대교협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 입시박람회는 지속적으로 커져 작년에는 88개 대학이 참가해 7만8000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10만명 돌파가 유력시된다.

대입박람회는 많은 대학들의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인지도가 낮은 대학에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한 학생은 “생전 처음 보는 대학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대입박람회 방문 인원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씁쓸한 시선도 적지 않다. 수험생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박정옥 씨(50·방배동)는 “입학사정관제에, 논술에, 수능에…. 수험생 입장에선 어느 시험 하나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일 아니냐”며 “학생들 부담을 줄여준다고 입시제도를 여러 가지로 해놓은 게 오히려 더 부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특히 쉬운 ‘물수능’으로 수험생들과 일선 학교의 진학지도에 혼란이 가중돼 입시설명회를 찾는 학생들이 더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7만8000명에서 올해 10만명으로 30%가량 급증한 것이 그 방증이다.

박람회에 참여한 수도권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똑같은 내용을 또 물어보는 경우가 올해 유난히 많았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전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