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1000명 갈곳 없어 특허사무소·일반기업 기웃
'취업 0명' 지방대도 있어
이 사무소에서는 수습 변리사의 경우 연봉 4000만원 수준이고 4500만원을 넘는 사무소들도 있다. 이대로라면 수습 변호사 연봉이 변리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A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인건비 부담은 적지만 로스쿨생들의 실력이 검증되지 않아 채용 여부는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몸값이 내년 로스쿨 졸업을 앞두고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8일 로펌 업계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에 따르면 내년에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1500명 가운데 1000명은 수습 자리를 구하지 못할 전망이다. 기존 사법연수원 출신 1000명에 더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까지 내년에 2500명이 나와 변호사 과잉공급 논란이 일어왔다.
더욱이 로스쿨 출신들은 연수원 출신과는 달리 6개월 동안 법원, 검찰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수습을 거치지 않으면 개업을 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는 둘째치고 개업 자격 얻기도 바쁜 ‘급매물’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변호사 몸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국내 5대 대형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공인회계사 수습 연봉이 3000만원 수준인데 3대 전문가 중 변호사 연봉이 가장 낮아진 셈이 됐다”며 혀를 찼다.
변협 관계자는 “1000명이 수습을 구하지 못하면 협회에서 연수를 시켜야 하는 데 정부 지원 방안도 확정되지 않았고 연수 장소도 구하기 어렵다”며 “사법연수원에서 장소를 빌려 연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습과 관련없는 일반 기업에도 “일단 취직부터 하고 보자”는 로스쿨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기업법무협회 등 주최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로스쿨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기업에는 변호사 프리미엄을 버린 채 “일반 전형으로 취직할 수 있느냐”고 묻는 로스쿨생들이 눈에 띄었다.
지방대 로스쿨 가운데는 졸업 예정자 전부가 아직까지 취업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율촌은 내년에 일할 로스쿨생 15명을 올해 뽑으면서 지방대 로스쿨생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자 지역균형선발 차원에서 별도로 뽑고 있다. 율촌 관계자는 “2명을 뽑는데 120명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법무법인 바른은 기존 사법연수원 출신에 비해 50~60% 수준으로 연봉을 주기로 하고 채용공고를 냈는데도 채용 예정의 10배 정도 인원이 몰렸다.
사정이 이렇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달 “정부 내 로스쿨생 채용을 늘려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봉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지방 로스쿨 교수들을 만나면 한숨만 쉰다”며 “로스쿨생 취업문제가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