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구름밭. 해질녘 황혼의 풍경일까. 아니올시다. 달콤한 수면에 빠져든 대지를 깨우려 해님이 비추는 화려한 색채의 알람이다. 몽블랑 뒤편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그의 조바심에 구름조차 파르르 떨고 있다. 지난 하루 꾸역꾸역 삶의 단내를 뿜어내던 대지는 밤사이 휴식을 취하고 이제 다시 상쾌한 체취를 뿜어내고 있다.

대지의 단잠을 깨우는 것은 해님만이 아니다. 낮은 포복 자세로 착지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한 마리 철나비가 새벽의 정적을 깬다. 그는 어디서 밤을 지새우고 이제야 둥지로 찾아드는 걸까. 녀석이 똬리를 틀 곳은 크앙트랭 국제공항. 국제기구가 밀집돼 늘 트래픽 과다에 시달리는 제네바의 심장이다. 해가 중천에 뜰 즈음 이 로맨틱한 공항은 언제나 그랬듯이 오고가는 항공기들로 분주하리라.

그러나 부산떨며 창공을 가르는 철나비의 자태는 언제나 아름답다. 활기차게 하루를 여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듯이.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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