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단잠을 깨우는 것은 해님만이 아니다. 낮은 포복 자세로 착지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한 마리 철나비가 새벽의 정적을 깬다. 그는 어디서 밤을 지새우고 이제야 둥지로 찾아드는 걸까. 녀석이 똬리를 틀 곳은 크앙트랭 국제공항. 국제기구가 밀집돼 늘 트래픽 과다에 시달리는 제네바의 심장이다. 해가 중천에 뜰 즈음 이 로맨틱한 공항은 언제나 그랬듯이 오고가는 항공기들로 분주하리라.
그러나 부산떨며 창공을 가르는 철나비의 자태는 언제나 아름답다. 활기차게 하루를 여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듯이.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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