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태생적 한계 따윈 없는 거야…더 멀리 더 높이 날아보자고"
‘조나단 시걸은 지루함과 두려움, 분노가 갈매기의 삶을 그토록 짧게 만드는 원인임을 깨달았다.’ 갈매기뿐이랴. 권태와 공포, 분노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을 이끄는 건 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되겠다는 갈망과 그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사랑이다.

기적은 불가능에 대드는 용기와 무서운 훈련의 합이요, 자유는 그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능력과 동의어다. 더 멀리 보자면 더 높이 날아야 한다. 《갈매기의 꿈》은 이런 진리를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란 갈매기의 무한 도전과 성공,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통해 전하는 우화소설이자 판타지다.

리처드 바크는 조종사 출신. 새의 비상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그냥 나온 게 아닌 셈이다. 이야기는 조나단이 먹지도 않고 비행 기술 익히기에 몰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쉼 없이 연습하지만 갈매기인 그가 매처럼 날 수는 없는 법. 수없이 고꾸라지고 처박힌다.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기로 다짐하고 돌아오던 순간 그는 바람과 속도의 저항을 이길 수 있는 법을 터득한다. 기쁨에 들뜬 것도 잠시, 무책임하고 무모한 짓을 해 갈매기족의 존엄성과 전통을 파괴했다는 죄로 추방당한다. 그는 그러나 혼자가 된 뒤 더 많은 것을 익혀 바다 속 물고기도 잡게 된다. 고기잡이 배가 던져주는 상한 빵에 연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천상의 세계로 간 그는 순간이동 능력까지 얻지만 동족을 잊지 못하고 지상으로 돌아와 자신처럼 추방된 ‘플레처’를 만난다. 무법자가 되겠다는 플레처에게 그는 말한다. “용서하라. 그들도 언젠간 네가 보는 걸 보게 될 것이다.” 툭하면 곤두박질치자 안되겠다고 울부짖는 플레처에게 그는 다시 이른다. “더 부드러워야 한다.”

제자가 늘자 조나단은 마침내 귀향한다. 이들의 비행 솜씨를 본 갈매기들은 깜짝 놀란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수군거리는 젊은 갈매기들에게 우두머리는 신경 끄라고 호통친다. 조나단은 그러나 무심한 척 제자들을 가르친다. “보여줘라. 드러내지 않은 건 없는 것이다.”

어느 날 시범을 보이던 플레처가 사고로 절벽에 부딪친다. 슬프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그에게 이런 소리가 들린다. “플레처, 중요한 건 우리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거야. 바위를 뚫고 나는 건 아직 안 배웠잖아.”

[박성희의 곁에 두고 싶은 책] "태생적 한계 따윈 없는 거야…더 멀리 더 높이 날아보자고"
죽은 줄 알았던 플레처가 살아나자 놀란 갈매기들은 “악마”라며 달려든다. ‘어떻게 저들을 사랑할 수 있느냐’고 묻는 플레처에게 조나단은 답한다. “모든 갈매기들 속에 있는 선함을 찾고 그들이 그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플레처를 두고 떠나는 조나단의 말은 가슴을 친다. “네 스승은 저 자신이다. 자유를 찾으려면 껍질을 깨야 한다. 선택된 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위대해질 수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