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반기는 둔촌·잠실·은마…"우리도 풀어달라" 요구 봇물
서울시가 8일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의 용도지역을 기존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으로 높이는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둔촌주공 등도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혀 종상향 요구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SH공사 재원만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재건축단지 종상향으로 높아지는 용적률의 절반만큼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다.

◆박원순표 ‘윈-윈 재건축 정책’

더 반기는 둔촌·잠실·은마…"우리도 풀어달라" 요구 봇물
서울시는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설명회를 열어 가락시영아파트 종상향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 결정 사항을 별도 브리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개포지구 2·4·시영단지 정비계획안 무더기 반려 이후 제기된 박 시장의 ‘재건축 속도 조절론’을 희석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종상향으로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고, 조합원들은 일반분양분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게 됐다”며 “서울시와 조합이 윈-윈하는 방향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전임 오세훈 시장도 못한 일을 박 시장이 온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재건축 속도조절론’을 반박했다.

서울시가 박 시장이 평소 강조해온 ‘공공성’과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건축 가구수를 늘려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을 함께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둔촌 등 종상향 요구 봇물

가락시영 종상향 통과로 둔촌주공, 잠실주공5단지, 대치은마 등 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의 종상향 및 용도지역 변경 요구가 잇따를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당장 둔촌주공 등 저층단지들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해당 지역의 여건과 규정에 맞게 (종상향이) 추진될 예정인 만큼 앞으로도 (가락시영) 같은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추가 허용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0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3종 종상향 추진 찬반투표를 하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이번 결정을 반겼다. 조합 관계자는 “가락시영이 통과됨에 따라 조합원 상당수가 종상향 추진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정비구역 지정안을 놓고 홍역을 치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기존 3종 일반주거지역을 사실상 높이 제한이 없는 상업지역으로의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는 이미 상업지역 변경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상태여서 당장 상업지구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작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잠실주공5단지도 3종에서 상업지역으로 바꿔 최대 600%의 용적률을 적용받겠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임대 959가구,일반 583가구 늘어

6600가구로 단일 단지로는 서울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은 당초 2008년 4월 사업시행인가가 났던 곳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 265%를 적용, 8106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지만 조합이 사업성 개선을 목표로 3종 종상향을 추진해 왔다.

이번 종상향으로 가락시영은 용적률 285.98%를 적용받아 최고 35층 규모의 아파트 8903가구가 들어선다. 8903가구 중 조합분이 7724가구, 임대주택이 1179가구다. 기존 재건축안보다 임대주택은 959가구, 조합분은 583가구가 늘었다. 용적률은 반포 잠실 등 재건축 사업이 끝난 저층아파트 단지를 감안해 최고치인 300% 이하보다 낮게 결정했다. 인근 지역주민들을 위한 2만1443㎡ 규모의 문화복지 시설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조합은 건축심의를 준비하는 한편 내년 2월께 총회를 열어 이주시기 등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 종(種) 상향

1·2종 일반주거지역을 2·3종으로 높이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 1·2·3종의 용적률(바닥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은 각각 150%·200%·250% 이하다. 종 상향이 이뤄지면 용적률과 층수가 높아져 아파트를 더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개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