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상주 곶감
신기하다. 아무리 많이 나도 한 곳의 생산량은 정해져 있을 터. 그런데도 서울의 동네 가게나 트럭에서 파는 과일과 채소의 상표는 대동소이하다. 참외는 무조건 성주참외요, 배는 하나같이 나주배, 단감과 밤은 죄다 진영단감에 공주밤이다.

곶감도 다르지 않다. 어딜 가나 상주곶감이다. 전국 유통량의 60% 이상이 경북 상주에서 나온다고 해도 정말 많다. 분명 여러 곳에서 재배될 과일의 산지가 이처럼 한데로 몰리는 건 어쨌거나 거기서 나는 걸 최고로 치기 때문일 것이다.

상주 곶감이 알려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찍이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품이었다고 하거니와 상주가 ‘삼백(三白)의 고을’로 불리게 된 것도 쌀 누에와 함께 곶감이 많이 나서다. 실제 상주엔 750년이나 된, 이른바 ‘하늘 아래 첫 감나무’가 있는 걸 비롯해 곳곳에 감나무, 특히 곶감에 필요한 떫은 감이 열리는 둥시감나무 투성이다. 개그맨 전유성 씨는 상주에선 사과나무에도 감이 열린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 게다가 빛 공기 바람 습도 모두가 곶감을 만드는 데 최적이다.

건시(乾枾) 혹은 백시(白枾)로도 불리는 곶감은 감을 말린 것이지만 성분은 감과 딴판이다.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할 만큼 달고 쫄깃해 맛있는데다 단백질 함량도 높다(감 0.9g, 곶감 6.5g). 상주 곶감은 특히 일반 감보다 당분은 4배, 비타민A는 7배, 비타민C는 1.5배라고 전해진다.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해주며, 시상(枾霜) 내지 시설(枾雪)이라고 불리는 흰 가루는 갈증을 없애주고 정액을 보충하며 가래를 삭히고 기관지의 열을 내려준다고 한다. 식초에 절였다 바르면 벌레 물렸을 때 좋고, 손목이나 발목을 삐었을 땐 찧어 붙이면 좋다고 돼 있다.

이런 상주 곶감이 근래 더 유명해진 건 시(市)와 주민이 힘을 모아 벼농사 대신 곶감 농사에 주력하고 전통적인 곶감을 넘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덕이다. 호두를 넣은 곶감쌈, 미니곶감, 곶감죽, 감양갱, 곶감 컵케이크 등을 제품화한 게 그것이다. 게다가 포장과 카탈로그 제작 등에도 남다른 정성을 기울였다.

2005년 지식경제부로부터 곶감특구 지정을 받은 건 그런 노력의 결과다. 상주시가 외남면 곶감테마공원에서 ‘바람, 빛, 곶감 ,그리운 고향’을 주제로 첫 ‘상주곶감축제’(22~24일)를 연다는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상주곶감초콜릿이 러시아로부터 우주식품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곶감초콜릿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