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비과세·감면액…올 30조 다시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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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성격 '나눠먹기' 상당수
증세 앞서 제도정비 시급한데 정부는 정치권 눈치만
증세 앞서 제도정비 시급한데 정부는 정치권 눈치만
올해 세금을 깎아주는 비과세·감면액이 30조원을 다시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금 경감액이 지난해 줄었다가 올해 다시 늘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46%에 달하는 국세 감면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도 않은 채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이나 자본이득세 등 ‘고소득층 과세’만으로 재원을 늘리겠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올바른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다시 불어난 비과세·감면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비과세·감면을 통한 국세감면액은 30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 10조원대에 진입한 이후 2005년에 20조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유류세 감면 조치 등으로 3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 조치가 사라지면서 29조9000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문제는 한 번 도입된 비과세·감면 혜택은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정부는 내년 국세감면액은 3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비과세·감면은 대개 경제 성장에 비례하는 국세수입과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일몰되지 않으면 계속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비과세·감면이 전체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 비율은 2000년대 초반 12%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과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은 2008년 농어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근로자 소득공제를 늘려 전체적으로 비과세·감면 규모가 커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세금감면 조치에 대한 일몰 적용 강화로 2009년 15.9%였던 조세감면 비율은 지난해 14.4%로 떨어졌고 올해 13.70%로 낮아질 전망이다.
◆증세 앞서 정비해야
비과세·감면 조항 중에는 연구ㆍ개발(R&D)이나 투자촉진 등 정책적 목적이 분명한 항목들이 있다. 예컨대 R&D비용 세액공제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 등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어서 나중에 기업이 커지면 세금을 더 받을 수 있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
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나눠먹기’식 세제지원 조치는 소비적인 지출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신용카드 등 근로자에 대한 각종 소득공제와 농림어업용 석유류 부가가치세 및 개별소비세 면제, 농축산 임업용 기자재 부가세 영세율 적용 등은 복지 성격이 강하다.
단일 항목으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근로자 소득공제다. 올 한 해만 6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농업 비과세 규모도 올해 2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일부만 줄여도 소득세 최고세율 40%를 신설해 걷히는 세금 6000억~1조원(정치권 주장)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눈치만 보는 정치권
정치권은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축소하자는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 연말 일몰이 돌아오는 비과세·감면 42개 가운데 10개를 폐지하고 2개를 축소 연장시킬 계획이지만 국회에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감세 철회에 이은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은 세제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자본이득세처럼 큰 변화를 주는 세제도 1년 정도 유예기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세수확보 차원이라면 비과세·감면부터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46%에 달하는 국세 감면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도 않은 채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이나 자본이득세 등 ‘고소득층 과세’만으로 재원을 늘리겠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올바른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다시 불어난 비과세·감면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비과세·감면을 통한 국세감면액은 30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 10조원대에 진입한 이후 2005년에 20조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유류세 감면 조치 등으로 3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 조치가 사라지면서 29조9000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문제는 한 번 도입된 비과세·감면 혜택은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정부는 내년 국세감면액은 3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비과세·감면은 대개 경제 성장에 비례하는 국세수입과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일몰되지 않으면 계속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비과세·감면이 전체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감면 비율은 2000년대 초반 12%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과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은 2008년 농어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근로자 소득공제를 늘려 전체적으로 비과세·감면 규모가 커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세금감면 조치에 대한 일몰 적용 강화로 2009년 15.9%였던 조세감면 비율은 지난해 14.4%로 떨어졌고 올해 13.70%로 낮아질 전망이다.
◆증세 앞서 정비해야
비과세·감면 조항 중에는 연구ㆍ개발(R&D)이나 투자촉진 등 정책적 목적이 분명한 항목들이 있다. 예컨대 R&D비용 세액공제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 등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어서 나중에 기업이 커지면 세금을 더 받을 수 있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
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나눠먹기’식 세제지원 조치는 소비적인 지출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신용카드 등 근로자에 대한 각종 소득공제와 농림어업용 석유류 부가가치세 및 개별소비세 면제, 농축산 임업용 기자재 부가세 영세율 적용 등은 복지 성격이 강하다.
단일 항목으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근로자 소득공제다. 올 한 해만 6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농업 비과세 규모도 올해 2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일부만 줄여도 소득세 최고세율 40%를 신설해 걷히는 세금 6000억~1조원(정치권 주장)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눈치만 보는 정치권
정치권은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축소하자는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 연말 일몰이 돌아오는 비과세·감면 42개 가운데 10개를 폐지하고 2개를 축소 연장시킬 계획이지만 국회에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감세 철회에 이은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은 세제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자본이득세처럼 큰 변화를 주는 세제도 1년 정도 유예기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세수확보 차원이라면 비과세·감면부터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