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효과…얼어붙은 태양광株 녹이나
올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OCI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1조608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내 자산운용사도 이 기간 500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폴리실리콘 국제가격이 급락한 데다 최대 수요처인 유럽의 경제위기까지 겹쳐 태양광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운 탓이다. OCI는 4월22일 사상 최고가(65만7000원)를 기록한 뒤 10월5일 연중 최저가(17만4500원)로 미끄러졌다.

OCI 등 태양광 관련주들이 8일 오랜만에 동반 급등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태양광 모듈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어 태양광 관련주들의 주가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 관련주 ‘기지개’

버핏효과…얼어붙은 태양광株 녹이나
OCI는 장초반부터 강세로 출발했다. 버핏이 태양광회사에 투자했다는 외신이 호재로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는 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발전시설인 ‘토파즈 솔라팜 프로젝트’를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칸에너지홀딩스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버핏의 투자는 태양광 발전 재료 및 부품의 단가가 충분히 떨어져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기관 등의 매수세까지 유입된 덕분에 OCI는 4.43%(1만원) 오른 23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여타 태양광 관련주들도 가파르게 올랐다.

신성에프에이와 코스닥 기업인 미리넷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웅진에너지 에스에너지 신성솔라에너지 넥솔론 신성이엔지 오성엘에스티 등도 각각 4~9% 이상 급등세를 나타냈다.

◆구조조정으로 주가 바닥론 ‘솔솔’

태양광 산업의 수급 및 가격을 결정하는 폴리실리콘 국제가는 지난해 말 ㎏당 72달러에서 3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최근 들어선 하락세가 주춤해졌다. 선발업체들이 설비 증설 속도를 조정하기 시작한 데다 원가경쟁력에서 뒤처진 후발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덕분이다.

글로벌 1위 생산업체인 햄록은 1만 규모의 신규 공장 건설을 보류했다. 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중국의 GCL-폴리와 LDK는 대규모 차입과 누적 적자 등으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어 기존 확장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삼성증권의 분석이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년간의 사이클을 보면 폴리실리콘의 호황과 불황은 1년~1년 반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화되고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멈추는 시점이 태양광 관련주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점에서 규모의 경제효과로 글로벌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OCI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집중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OCI의 주가 수준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다”며 “주가와 업황이 모두 최악의 상황임을 인정한다면 업황 회복은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