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술만 갖고 헬스케어 성공 못해"
“삼성이 기술력만 믿고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입니다. 의료 신기술에 대한 지식과 의학적 임상경험, 병원 비즈니스 환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글로벌 의료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방사선학회(RSNA)에서 만난 베른트 몬탁 지멘스헬스케어 영상진단·IT부문 최고경영자(사진)는 “작년 메디슨을 인수한 삼성의 헬스케어산업 진출에 대해 글로벌 헬스케어업체들이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국적 헬스케어 업체의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의 헬스케어산업 진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몬탁 사장은 “삼성·LG 등 한국 대기업들이 잇따라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건 고무적”이라면서 “그렇지만 헬스케어는 단순히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병원 및 환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장벽을 뚫어낼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삼성을 비롯해 헬스케어 업체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이노베이션(혁신)은 기술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고객들을 통해 일어나는 것인 만큼 병원에서 적용돼야 할 노하우를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몬탁 사장처럼 RSNA에서 만난 다국적 헬스케어업체 고위 관계자들은 대부분 삼성메디슨의 향후 행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삼성이 메디슨을 인수한 데 이어 글로벌 바이오·의료장비업체에 대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일각에선 다국적 임상 및 공동 R&D가 필수적인 의료시장에서 기존 헬스케어 업체들이 삼성과의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몬탁 사장은 한국시장에 대해 “(지멘스그룹의) ‘글로벌 톱 10’에 들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고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시장은 단순히 의료장비를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혁신을 생산하는 일종의 토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로봇수술 등 의료 신기술에 대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한국이 헬스케어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