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냥 웃기는 건 안돼~더 센 풍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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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 연속 예능 1위 '개콘' 서수민 PD
"정치 개그와 공감 코드로 웃음주죠"
"정치 개그와 공감 코드로 웃음주죠"
“노총각과 노처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말씀드리죠. 집에서 ‘나이가 몇인데 결혼을 안 하냐’고 물으면 아직 아니에요. 하지만 ‘결혼을 하기는 할 거니?’라고 묻는다면 노총각과 노처녀예요. 소개팅에 나갔을 때 상대방의 차가 뭔지 궁금하다면 아직 아니에요. 잘 걸어다니는지, 건강은 어떤지 살핀다면 노총각과 노처녀예요.”
지난 7일 밤 KBS 공개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연출 서수민 손자연) 녹화현장은 시종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KBS 2TV가 11일 오후 9시 방송할 이날 촬영분에서는 개그맨 최효종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비롯해 ‘감수성’ ‘사마귀 유치원’ ‘생활의 발견’ 등의 재치만발한 유머로 관객들의 허리를 꺾어놨다.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99년 출범한 이래 2000년대 초반 시청률이 30%까지 올랐다가 이후 20% 아래로 내려간 뒤 최근 다시 25%까지 솟구치며 11주 연속 주말 예능 프로그램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강용석 국회의원(무소속)이 지난달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효종의 개그를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한 뒤 철회하는 해프닝으로 시청률이 탄력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되고, 선거 유세 때 평소 잘 안 가던 시장에서 할머니와 악수만 하면 되며,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지면 된다”는 발언이 문제였다.
◆사회 정치적 이슈를 개그 소재로
연출자인 서수민 PD(41)는 인기 비결을 “슬픈 현실을 풍자해 페이소스(연민의 정)를 자아낸 게 주효했다”며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이 시대의 키워드를 느낄 수 있는 웃음으로 공감을 주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가 좋아하는 것과 분노하는 것, 즉 광분(狂奔)하거나 공분(公憤)하는 사안을 개그로 만들도록 출연진에게 주문한다. 단 정치 개그는 한쪽의 이해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이슈만 다루는 게 원칙이다. 국회의원은 여야가 모두 있으니까 문제가 없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배제한다.
슬픈 현실은 대부분의 코너를 관통한다. ‘사마귀 유치원’은 지하철 막말녀와 일그러진 결혼문화 등을 풍자했다. 남녀관계를 다루는 ‘애정남’은 젊은이들의 속물주의를 꼬집고, 단칸방에 9명의 자식들과 함께 사는 모습을 그린 ‘풀하우스’는 몸 개그와 집값 비싼 현실을 은유한다.
최근 들어 이런 사회성 짙은 개그가 더 잘 먹히고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삶이 어려워져 카타르시스를 느낄 창구가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방송평론가 정덕현 씨는 “공감할 수 있는 정치 개그가 많아지면서 시청자 연령대가 높아졌고 이것이 시청률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인기 있을 때 새 코너로 물갈이하라
제작진은 지난 7월 600회를 기점으로 메인 코너인 ‘봉숭아 학당’을 폐지하고 새 코너를 대거 선보였다.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애정남’과 ‘비상대책위원회’는 8월 첫선을 보였다. ‘사마귀 유치원’은 9월, ‘풀하우스'와 ‘어제 본 연극 오늘 또 왔네’ 등은 지난달 말에 시작했다. ‘봉숭아 학당’이 15분인 데 비해 새 코너의 길이는 4~5분으로 줄였다. 짧은 호흡은 몰입도를 높였다.
제작진은 또 새 손님을 받으려면 재미있는 코너에 매달리기보다 인기가 낮더라도 새 코너를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분당 시청률은 새 코너가 낮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하니까 나중에는 새롭다는 기대감 덕분에 시청자들이 돌아왔다.
◆매일 모여 전 연령층 대상 메뉴 개발
이 프로그램의 14개 코너는 4인용 밥상과 비슷하다.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짠 것이다. 성인 남성들은 사극 코미디 ‘감수성’을 좋아한다. 성인 여성은 ‘불편한 진실’에 더 끌린다. 어린이들은 ‘슈퍼스타KBS’와 ‘감사합니다’ ‘최종병기 그녀’, 10대 중·후반부터 30대 남녀 등은 ‘애정남’을 선호한다. 세대 간에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소재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개성이 다른 멤버들을 모아놓은 아이돌그룹의 전략과도 비슷하다.
이런 메뉴 개발은 매일 출퇴근제로 해결한다. ‘개콘’은 코미디 프로 중 유일하게 출퇴근제로 운영한다.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KBS의 ‘개콘’ 연습실에 모여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한다. 1주일에 한 번 녹화할 때 모이는 경쟁사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다.
서 PD는 “개그맨들의 요청을 회사 측이 받아들여 방을 내줬다”며 “서로 소통하니까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지난 7일 밤 KBS 공개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연출 서수민 손자연) 녹화현장은 시종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KBS 2TV가 11일 오후 9시 방송할 이날 촬영분에서는 개그맨 최효종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비롯해 ‘감수성’ ‘사마귀 유치원’ ‘생활의 발견’ 등의 재치만발한 유머로 관객들의 허리를 꺾어놨다.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999년 출범한 이래 2000년대 초반 시청률이 30%까지 올랐다가 이후 20% 아래로 내려간 뒤 최근 다시 25%까지 솟구치며 11주 연속 주말 예능 프로그램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강용석 국회의원(무소속)이 지난달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효종의 개그를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한 뒤 철회하는 해프닝으로 시청률이 탄력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되고, 선거 유세 때 평소 잘 안 가던 시장에서 할머니와 악수만 하면 되며,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지면 된다”는 발언이 문제였다.
◆사회 정치적 이슈를 개그 소재로
연출자인 서수민 PD(41)는 인기 비결을 “슬픈 현실을 풍자해 페이소스(연민의 정)를 자아낸 게 주효했다”며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이 시대의 키워드를 느낄 수 있는 웃음으로 공감을 주기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가 좋아하는 것과 분노하는 것, 즉 광분(狂奔)하거나 공분(公憤)하는 사안을 개그로 만들도록 출연진에게 주문한다. 단 정치 개그는 한쪽의 이해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이슈만 다루는 게 원칙이다. 국회의원은 여야가 모두 있으니까 문제가 없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배제한다.
슬픈 현실은 대부분의 코너를 관통한다. ‘사마귀 유치원’은 지하철 막말녀와 일그러진 결혼문화 등을 풍자했다. 남녀관계를 다루는 ‘애정남’은 젊은이들의 속물주의를 꼬집고, 단칸방에 9명의 자식들과 함께 사는 모습을 그린 ‘풀하우스’는 몸 개그와 집값 비싼 현실을 은유한다.
최근 들어 이런 사회성 짙은 개그가 더 잘 먹히고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삶이 어려워져 카타르시스를 느낄 창구가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방송평론가 정덕현 씨는 “공감할 수 있는 정치 개그가 많아지면서 시청자 연령대가 높아졌고 이것이 시청률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인기 있을 때 새 코너로 물갈이하라
제작진은 지난 7월 600회를 기점으로 메인 코너인 ‘봉숭아 학당’을 폐지하고 새 코너를 대거 선보였다.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애정남’과 ‘비상대책위원회’는 8월 첫선을 보였다. ‘사마귀 유치원’은 9월, ‘풀하우스'와 ‘어제 본 연극 오늘 또 왔네’ 등은 지난달 말에 시작했다. ‘봉숭아 학당’이 15분인 데 비해 새 코너의 길이는 4~5분으로 줄였다. 짧은 호흡은 몰입도를 높였다.
제작진은 또 새 손님을 받으려면 재미있는 코너에 매달리기보다 인기가 낮더라도 새 코너를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분당 시청률은 새 코너가 낮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하니까 나중에는 새롭다는 기대감 덕분에 시청자들이 돌아왔다.
◆매일 모여 전 연령층 대상 메뉴 개발
이 프로그램의 14개 코너는 4인용 밥상과 비슷하다.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짠 것이다. 성인 남성들은 사극 코미디 ‘감수성’을 좋아한다. 성인 여성은 ‘불편한 진실’에 더 끌린다. 어린이들은 ‘슈퍼스타KBS’와 ‘감사합니다’ ‘최종병기 그녀’, 10대 중·후반부터 30대 남녀 등은 ‘애정남’을 선호한다. 세대 간에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소재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개성이 다른 멤버들을 모아놓은 아이돌그룹의 전략과도 비슷하다.
이런 메뉴 개발은 매일 출퇴근제로 해결한다. ‘개콘’은 코미디 프로 중 유일하게 출퇴근제로 운영한다.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KBS의 ‘개콘’ 연습실에 모여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한다. 1주일에 한 번 녹화할 때 모이는 경쟁사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다.
서 PD는 “개그맨들의 요청을 회사 측이 받아들여 방을 내줬다”며 “서로 소통하니까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