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멈추는 찰나 …"야, 이번엔 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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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스포츠 양궁 배워보니
세손가락 끝으로 시위 당겨 양팔 힘 균등하게 나눠야
석달 연습하면 30m도 거뜬
세손가락 끝으로 시위 당겨 양팔 힘 균등하게 나눠야
석달 연습하면 30m도 거뜬
활시위를 당긴다. 팽팽한 긴장감이 손끝에서 어깨를 지나 온몸으로 흐른다. 과녁을 향해 정조준한 뒤 천천히 들이키던 숨을 멈춘다. 몸의 떨림이 멈추는 찰나의 깊은 정적 속에서 시위를 잡은 손을 놓다. 화살은 ‘탁’하는 소리 너머의 과녁에 꽂힌다. “골드다.”
찬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때리던 9일 서울 목동 안양천변의 목동양궁클럽을 찾아 양궁의 기본기를 배웠다. 양궁은 우리나라의 올림픽 메달밭으로 여겨지는 종목. 고구려 시조 주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궁의 나라여서인지 매년 많은 외국인 양궁 선수들이 방한하기도 한다.
목동교를 건너자 오른쪽에 영학정이 보인다. 계단을 걸어 영학정 밑으로 내려가니 안양천을 따라 억새밭이 무성하다. 초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풍경에 가슴이 탁트인다. 영학정 아래엔 국궁장과 양궁장이 있어 동양과 서양의 활쏘기를 모두 배울 수 있다.
이날 강습에 나선 김정호 코치가 70인치(1.8) 길이에 22파운드(10) 강도의 연습용 활을 건내준다. 김 코치는 “활쏘는 사람의 키와 힘에 따라 48~70인치 길이와 10~30파운드 강도의 다양한 활이 준비돼 있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활을 쏠 때 팔을 보호하는 암가드와 가슴을 보호하는 체스트가드를 착용하고 화살통을 허리춤에 차니 어엿한 궁사가 된 느낌이다. 5m 앞 과녁을 왼쪽에 두고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 뒤 엉덩이에 단단히 힘을 주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왼팔로 활의 손잡이를 잡고 왼발등 위에 올려놓는다. 허리춤에 찬 화살통에서 꺼낸 화살을 활줄에 걸고 왼팔로 활을 든다. 검지와 중지, 약지 세 손가락 끝마디에 활줄을 건다. 왼손바닥 아랫부분으로 활을 단단히 밀면서 오른손으로 활줄을 쭉 당긴다. 22파운드에 이르는 활의 힘이 양쪽 어깨와 팔에 걸린다.
활을 당길 땐 양팔에 힘을 균등하게 나눠 당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몸 전체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활을 보낼 수 있다. 활줄을 잡은 오른손을 턱밑까지 끌어당긴다. 활줄이 못마루 중앙과 입술을 거쳐 턱을 누른다. TV에서 보던 ‘앵커’다. 조준기에 들어온 과녁의 노란 부분을 조준한 뒤 시위를 놓자 활은 어느새 과녁을 꿰뚫는다.
이렇게 여러 번 활을 쏘면서 자세를 바로잡은 뒤 조준기를 조절하며 영점을 잡는다. 일관되게 활을 쏠 수 있게 되면 10m, 20m, 30m 순으로 거리를 늘린다. 일반인도 1주일에 한두 번씩 연습을 하면 3개월 뒤엔 30m 거리의 과녁을 맞힐 수 있다는 게 김 코치의 설명.
김 코치는 “양궁장을 찾는 분들 가운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정보기술(IT)업체 종사자가 많다”며 “양궁은 자세를 교정, 오십견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고 집중력도 높일 수 있는 스포츠”라고 평가했다. 이날 목동양궁클럽을 찾은 외국인들도 양궁 예찬론을 펼쳐놓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IT업체에서 일하는 단테 우파야 씨는 “활을 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진다”며 “양궁은 스스로를 이겨내야 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스웨덴 양궁 주니어 국가대표인 세실리아 블룸버그 양(18)은 “멘탈 스포츠인 양궁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잡념도 없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인 친구를 찾아왔다는 블룸버그 양은 “한국의 양궁 수준은 독보적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실력 향상을 위해 한국의 유명 코치를 찾아 두세 달씩 전지훈련을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목동양궁클럽(www.hwalsarang.com)은 일반인을 위한 1일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1시간30분 체험에 2만원이다. 기본 장비를 빌려준다. 활쏘기교실은 입회비 30만원에 월회비 3만원. 기본기를 배우고 활과 각종 장비를 구입하는 데 250만~300만원이 든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찬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때리던 9일 서울 목동 안양천변의 목동양궁클럽을 찾아 양궁의 기본기를 배웠다. 양궁은 우리나라의 올림픽 메달밭으로 여겨지는 종목. 고구려 시조 주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궁의 나라여서인지 매년 많은 외국인 양궁 선수들이 방한하기도 한다.
목동교를 건너자 오른쪽에 영학정이 보인다. 계단을 걸어 영학정 밑으로 내려가니 안양천을 따라 억새밭이 무성하다. 초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풍경에 가슴이 탁트인다. 영학정 아래엔 국궁장과 양궁장이 있어 동양과 서양의 활쏘기를 모두 배울 수 있다.
이날 강습에 나선 김정호 코치가 70인치(1.8) 길이에 22파운드(10) 강도의 연습용 활을 건내준다. 김 코치는 “활쏘는 사람의 키와 힘에 따라 48~70인치 길이와 10~30파운드 강도의 다양한 활이 준비돼 있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활을 쏠 때 팔을 보호하는 암가드와 가슴을 보호하는 체스트가드를 착용하고 화살통을 허리춤에 차니 어엿한 궁사가 된 느낌이다. 5m 앞 과녁을 왼쪽에 두고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 뒤 엉덩이에 단단히 힘을 주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왼팔로 활의 손잡이를 잡고 왼발등 위에 올려놓는다. 허리춤에 찬 화살통에서 꺼낸 화살을 활줄에 걸고 왼팔로 활을 든다. 검지와 중지, 약지 세 손가락 끝마디에 활줄을 건다. 왼손바닥 아랫부분으로 활을 단단히 밀면서 오른손으로 활줄을 쭉 당긴다. 22파운드에 이르는 활의 힘이 양쪽 어깨와 팔에 걸린다.
활을 당길 땐 양팔에 힘을 균등하게 나눠 당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몸 전체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활을 보낼 수 있다. 활줄을 잡은 오른손을 턱밑까지 끌어당긴다. 활줄이 못마루 중앙과 입술을 거쳐 턱을 누른다. TV에서 보던 ‘앵커’다. 조준기에 들어온 과녁의 노란 부분을 조준한 뒤 시위를 놓자 활은 어느새 과녁을 꿰뚫는다.
이렇게 여러 번 활을 쏘면서 자세를 바로잡은 뒤 조준기를 조절하며 영점을 잡는다. 일관되게 활을 쏠 수 있게 되면 10m, 20m, 30m 순으로 거리를 늘린다. 일반인도 1주일에 한두 번씩 연습을 하면 3개월 뒤엔 30m 거리의 과녁을 맞힐 수 있다는 게 김 코치의 설명.
김 코치는 “양궁장을 찾는 분들 가운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정보기술(IT)업체 종사자가 많다”며 “양궁은 자세를 교정, 오십견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고 집중력도 높일 수 있는 스포츠”라고 평가했다. 이날 목동양궁클럽을 찾은 외국인들도 양궁 예찬론을 펼쳐놓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IT업체에서 일하는 단테 우파야 씨는 “활을 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진다”며 “양궁은 스스로를 이겨내야 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스웨덴 양궁 주니어 국가대표인 세실리아 블룸버그 양(18)은 “멘탈 스포츠인 양궁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잡념도 없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인 친구를 찾아왔다는 블룸버그 양은 “한국의 양궁 수준은 독보적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실력 향상을 위해 한국의 유명 코치를 찾아 두세 달씩 전지훈련을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목동양궁클럽(www.hwalsarang.com)은 일반인을 위한 1일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1시간30분 체험에 2만원이다. 기본 장비를 빌려준다. 활쏘기교실은 입회비 30만원에 월회비 3만원. 기본기를 배우고 활과 각종 장비를 구입하는 데 250만~300만원이 든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