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경제전망' 4대 궁금증
한국은행이 9일 ‘2012년 경제전망’을 발표하자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부에선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 경제전망에 제기되는 궁금증은 크게 네 가지다.

◆경기 악화되는데 소비 증가?

가장 큰 논란거리는 내수소비 증가다. 한은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5%에서 내년 3.2%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3.8%에서 내년 3.7%로 악화되는 것과 반대 흐름이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4%에서 내년 3.3%로 낮아져 실질소득 증가효과가 있고 명목 임금상승률도 올해보다 내년이 높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되는 데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도 크게 오르기 어려워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8%에서 내년 2.7%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위해 경기를 너무 낙관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성장률 낮췄는데 취업자 수 그대로?

취업자 수 전망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경제전망 때 내년 성장률 4.6%,취업자 수 29만명을 예상했다.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뚝 떨어뜨렸지만 취업자 수 전망치는 28만명으로 종전과 거의 비슷하게 유지했다.

한은은 최근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이 당초 4.3%에서 3.8%로 낮아졌지만 취업자 수는 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장재철 씨티그룹 한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3.7%인데 취업자 수는 20만명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은 전망에 의문을 제기했다. 올해 저임금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만큼 내년에는 오히려 저임금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잠재성장률 떨어졌나?

‘2년 연속 3%대 성장’의 의미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성장률이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돈 경우가 과거에는 거의 없었다”며 “내년 세계경제가 3.6% 성장하는데 우리가 3.7%라면 명백한 경기 부진”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유럽 재정위기 등 초대형 악재를 감안하면 내년 3.7%도 선방이라고 반박했다.

잠재성장률이 3%대로 하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국가 중 2000년대 들어 연평균 4% 이상 성장한 국가는 거의 없다”며 “3%대 성장률은 그리 실망스러운 수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장기 성장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이 4%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3%대 후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가 낮아진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4.0%, 내년 3.3%로 전망했다. 그러나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3.2%에서 내년 3.3%로 오히려 높아진다. 체감물가도 여전히 높아 물가지수 개편으로 숫자만 낮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