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매입 안 늘린다"…찬물 끼얹은 드라기 ECB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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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은행 지원은 확대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가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책의 공을 유럽연합(EU) 정상들에게 넘겼다는 평가다.
드라기 총재는 8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00%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 일부에서 ECB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확대할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 놀랐다”며 “EU 조약은 ECB가 직접적으로 회원국에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가 지금까지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등을 매입한 것은 한시적 조치였음을 강조한 것이다.
제임스 닉슨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앞으로 국채 매입을 하더라도 소규모로만 하겠다는 뜻”이라며 “이제 해법은 EU 정상들이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나온 8일 이탈리아 주가가 4.29% 급락하는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1~4%대 하락했다.
드라기 총재는 대신 민간은행들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ECB는 은행들에 기존 만기보다 1년 늘어난 3년 만기 장기대출을 제공하고, 은행 지급준비율도 2%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은행들의 돈 가뭄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유럽은행청(EBA)이 9일 발표한 71개 주요 유럽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 조사 대상 은행들이 총 1147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월 조사 때의 1064억유로보다 8%가량 증가한 것이다.
EBA는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은행들이 이전 조사 때보다 더 많은 자본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은 자본 확충 필요 규모가 52억유로에서 131억유로로 2배 넘게 늘어났다. 국유화 소문이 돌고 있는 코메르츠방크는 53억유로, 도이체방크는 32억유로가 각각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EBA는 71개 은행 중 31개는 내년 1월20일 이전에 자본 보강 계획을 제출하고 내년 6월 말까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 확충을 지시받은 은행들은 주식 발행, 대출 축소, 자산 매각, 배당 및 보수 감축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여의치 않으면 정부 구제에 의존해야 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드라기 총재는 8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00%로 인하한다고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 일부에서 ECB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확대할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 놀랐다”며 “EU 조약은 ECB가 직접적으로 회원국에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가 지금까지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등을 매입한 것은 한시적 조치였음을 강조한 것이다.
제임스 닉슨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앞으로 국채 매입을 하더라도 소규모로만 하겠다는 뜻”이라며 “이제 해법은 EU 정상들이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나온 8일 이탈리아 주가가 4.29% 급락하는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1~4%대 하락했다.
드라기 총재는 대신 민간은행들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ECB는 은행들에 기존 만기보다 1년 늘어난 3년 만기 장기대출을 제공하고, 은행 지급준비율도 2%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은행들의 돈 가뭄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유럽은행청(EBA)이 9일 발표한 71개 주요 유럽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 조사 대상 은행들이 총 1147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월 조사 때의 1064억유로보다 8%가량 증가한 것이다.
EBA는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은행들이 이전 조사 때보다 더 많은 자본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은 자본 확충 필요 규모가 52억유로에서 131억유로로 2배 넘게 늘어났다. 국유화 소문이 돌고 있는 코메르츠방크는 53억유로, 도이체방크는 32억유로가 각각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EBA는 71개 은행 중 31개는 내년 1월20일 이전에 자본 보강 계획을 제출하고 내년 6월 말까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 확충을 지시받은 은행들은 주식 발행, 대출 축소, 자산 매각, 배당 및 보수 감축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여의치 않으면 정부 구제에 의존해야 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