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하이마트 지분을 갖고 있지도 않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바빠졌다.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매각 주관사 선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캠코는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203만5000주(지분율 9.9%)를 매각하기 위해 오는 13일까지 증권사들의 매각제안요청서(RFP)를 받기로 했다. 초기에는 순조로웠다. 12월은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의 업무 비수기인 만큼 RFP 접수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주관사 선정 조건으로 ‘교보생명의 실사 협조를 받지 못할 경우 해결 방안 제시’ ‘실사 진행이 안 되더라도 기업가치 평가작업을 수행해야 함’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증권사들을 곤혹스럽게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증권사 IB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부대조건까지 다 만족시키려면 무료 봉사하라는 이야기”라며 “내년에 공적자금 운용 기한이 끝나는 만큼 매각 시도를 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면피용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 하이마트라는 ‘대어’가 출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진기업 등을 비롯한 주요 주주는 지난 7일부터 하이마트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 접수에 들어갔다. 주식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1조5000억~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들의 이목이 하이마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한 대형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캠코가 아닌 민간 기업이 매각 당사자인 만큼 수수료율도 훨씬 높을 것”이라며 “수수료가 최소 100억원은 넘을 것으로 보여 하이마트 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캠코 측은 마음이 급해졌다. 증권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실익이 없었는데 하이마트 매각 주관사 선정까지 겹치면서 RFP를 내는 대형 증권사가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이에 따라 캠코는 증권사 관계자들과 개별 접촉을 하며 RFP ‘유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관계를 생각하면 캠코에도 RFP를 내야겠지만 솔직히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강유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