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집 살림?…역시 세종시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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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월·목은 늦게 출근…수·금은 일찍 퇴근
공무원들 "정치권 잘못때문에…"
"아예 KTX 비용까지 지급을"
공무원들 "정치권 잘못때문에…"
"아예 KTX 비용까지 지급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탄력적 출퇴근 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나름대로 직원들의 복지를 생각하고 근무 조건을 개선하는 사기진작책으로 강구 중이지만 이면을 보면 공무원들이 ‘실패한 세종시’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고용부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2013년 봄부터 월요일과 목요일은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정형화돼 있는 근무 시간을 요일에 따라 조정하자는 것.
이 같은 탄력적 출퇴근 시간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주 중반 한 차례와 주말에 서울로 가는 직원들을 배려하자는 취지다. 부부나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생활하면서 대화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변형된 근무 시간 제도로 가족과 떨어진 공무원들이 가정 생활에 큰 지장 없이 세종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판단이다.
실제 세종시 이전이 예정된 부처에 근무하는 젊은 사무관들 가운데는 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등 서울에 남는 부처로 옮기거나 아예 퇴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과천 경제부처의 한 여성 사무관은 “남성과 달리 여성 공무원은 결혼을 준비하거나 시댁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지방 근무를 꺼린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대신 월요일과 화·목요일의 퇴근 시간을 현재 오후 6시에서 8시로 늦춰 전체 근무 시간이 줄어들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부 차관은 “세종시 이전 때문에 배우자감으로서 공무원의 인기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용부가 먼저 탄력적 출퇴근제를 도입해 다른 부처에 시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고용부의 한 사무관은 “주 중반에 서울에 다녀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KTX 요금 등 교통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교통비도 지급해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천 경제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은 “결국 서울과 세종시 등 두 집 살림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정치권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애꿎은 공무원들만 힘들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