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U보다 더한 온실가스 규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환경문제가 글로벌 이슈가 되면서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 기업 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이슈를 ‘경쟁 우위요소’로 활용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해 나가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환경 규제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날로 강화되는 각종 환경규제를 기회로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의 자발적 동기 부여와 소비자의 관심, 참여 등 시장원리에 바탕을 두어야만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기업에서 행하는 환경 경영은 기업 활동 전반을 친환경화하고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국에는 기업에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기업이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과 다각도의 노력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규제 도입 속도가 주춤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규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우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의해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세계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데, 대상 기업의 범위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 대상기업보다 더 넓다. 또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전기 등 모든 에너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명분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 및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보다 서둘러 배출권거래제 등을 법률로 규정해 시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간에 아직까지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환경 규제들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의 실효성보다는 오히려 경제적 부담과 국제경쟁력 상실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정작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이 같은 환경 규제 도입에 신중한 이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기업 및 산업계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실익을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국가나 기업들이 환경 지속성을 실천하는 데 결코 소홀하다고 볼 수 없다. 친환경적 소재 발굴, 에너지 절약형 생산공정 구축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환경 이슈를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유수의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해 나가는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국가 경쟁력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의 기여라는 관점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타당성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여기에 있다.

전상헌 <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