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명동 매장 대박 ‘숨은 주역’ 지난 11월 11일 일본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유니클로가 명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자 그 주변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은 새로 오픈한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건물을 따라 1000여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이날 세일 판매하는 제품을 사기 위해 고객들이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이날 유니클로의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국내 단일 의류 매장 하루 매출로는 사상 최고인 1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지난 7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샤넬 매장의 오픈 당시 최대 매출 4억6000만 원의 기록을 깬 것이다. 그리고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의 매출은 36억 원을 기록했고 방문객 수는 총 12만 명에 달했다. 모든 기업이 부러워할만한 대박 신화를 쓴 것이다.
무엇이 유니클로의 새 매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소셜 미디어의 강력한 힘이 배경이었다. 유니클로는 소셜 미디어인 페이스북을 통해 오픈 1개월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매일매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이용자들의 매장 오픈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개인이 남기는 축하 메시지는 이용자의 프로필 사진에 리본이 돼 붙여져 기하급수적으로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메시지에 페이스북 ‘좋아요(like)’를 많이 받을수록 리본 길이가 길어지고 경품 당첨 확률이 높아졌다. 유니클로는 매일매일 사연을 추첨해 유니클로의 인기 제품을 선물로 제공했고 이 이벤트의 참여자가 대규모로 확대되면서 퍼져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오픈 행사에서는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가 모두 적힌 리본이 커팅식에 이용돼 의미를 더했다. 또한 최종 당첨자 한 명이 직접 커팅식에 참가해 유니클로 모델인 이나영과 함께 테이프 커팅했다.
기존 홍보 채널의 하나로 인식하면 실패
유니클로의 페이스북은 지난 11월 15일을 기해 팬이 3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매장 오픈 전에 하던 매일 추첨 행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각 매장의 세일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소통하고 있다. 마치 주변 친구가 이야기하듯 편한 말투로 유니클로의 패션을 친근하게 제안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소셜 미디어 채널을 하나라도 운영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를 거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나뉘었다. 소셜 미디어를 기존 홍보나 마케팅의 개념으로 접근해 일방적인 홍보 메시지를 날린 기업들은 아무런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나선 기업들은 무리 없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했고 성과도 거뒀다.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가구 회사 이케아가 실시한 페이스북 사진 태깅 캠페인은 전통적 광고 캠페인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며 저렴하게 잠재 고객들에게 입소문을 퍼뜨린 사례로 꼽힌다.
이케아는 스웨덴 말모의 새 매장 개점식을 홍보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매장 매니저용 페이지를 만들어 다양한 이케아 가구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이 제품들 사진에 최초 자기 이름을 태깅(검색용 꼬리표를 붙이는 일)하면 해당 제품을 준다고 약속했다. 그 즉시 수천 명이 몰려 침대·꽃병·소파 등에 태깅하기 위해 몰렸다. 이 캠페인은 페이스북 전체로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그 결과 이케아의 새로 오픈하는 매장의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참신한 발상, CSR도 더해져
소셜 미디어는 소비자들이 기업과 그 브랜드에 관한 생각을 상당히 공개적이고 위력적으로 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 그 기업에 대해 큰소리를 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소비자들은 여러모로 기업과 평등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엑센츄어의 닉 스미스 컨설턴트는 최근 출간된 ‘기업 소셜 미디어 활용 전략’을 통해 “소셜 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특정 기업에 열광하는 ‘팬’을 만들 힘을 부여하는 한편 동시에 중대한 리스크가 생겨났다. 고객의 요구를 외면하면 고객의 로열티 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바로 경쟁자에게 추월당할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활용할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면 업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돼 버릴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 전략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데 소셜 미디어는 아주 적절하게 이용되고 있다. 남성 뷰티 브랜드 뉴트로지나맨은 광고를 제작할 때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뉴트로지나맨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소셜 무비’는 배우 이하늬가 광고회사 팀장으로 모델을 섭외하기 위해 후보를 고르던 중 전 남자 친구를 추천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전 남자 친구로 소셜 무비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소셜 미디어 이용자라는 것이다. 이하늬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는 실제의 영화 주인공이 실제로 된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뉴트로지나맨의 소셜 무비는 지난 6월 공개 후 약 45만 명이 관람했다. TV보다 스마트폰과 SNS 서비스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20~30대의 남성층을 공략하려는 전략이 가상의 경험을 통해 효율적으로 적중한 것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회 공헌 캠페인을 벌여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사례도 있다. 신발 멀티숍인 ABC마트는 소셜 미디어에서 신발 정보에 대한 일대일 소통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영역의 이벤트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ABC마트코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좋아요’ 버튼을 눌러 친구가 되면 한 사람당 500원씩 적립해 유니세프에 기부한다. 이 나눔 이벤트에는 지금까지 총 1만6000여 명이 참가하는 등 반응이 좋아 ABC마트는 올해 연말까지 진행하며 더욱 참여를 권장할 예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홈페이지(seri.org)의 인터넷폴을 통해 ‘기업 SNS 운영 행태 중 어떤 모습이 긍정적·부정적으로 느껴지나’를 물었다. 그 결과 ‘사소한 질문에 답변이 올 때’ 기업에 대한 호감이 커진다고 절반에 가까운 49.3%가 답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은 ‘SNS를 통해 사회 공헌 캠페인을 진행할 때(16.9%)’였다. 반면 가장 실망하는 SNS 운영 형태는 ‘상업성 콘텐츠만 발신할 때’로 응답자의 60.7%가 꼽았다.
이 결과들을 잘 지켜보면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에 어떻게 접근해야 효율적인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크리스 부드로 기업 전문 컨설턴트는 “기업이 소셜 미디어를 시작하는 일은 언뜻 저비용의 간단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성공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기업은 시간·인력·자금을 막대하게 투입해야 하는 것을 먼저 깨달았다”며 “본격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뛰어들려면 소셜 미디어에 정통하고 숙련된 직원을 고용하고 적합한 툴을 구입하는 데 투자해야 하며 사려 깊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35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