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통큰 카레' 오뚜기보다 3배 더 팔려
롯데마트는 지난 8월 초 중소업체와 협력해 만든 즉석 카레와 짜장을 ‘통큰’ 브랜드로 출시했을 때 대박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기존 유명 브랜드 제품(200g)보다 용량을 100g 늘려 내놓았지만, 가격은 동일한 1400원으로 책정해서다.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한가지 맛으로만 개발하고 불필요한 종이박스 포장을 없앴지만, 감자 양파 당근 등 주요 재료를 좋은 것으로 쓰다보니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용량 기준 환산가격이 33% 싸다는 점을 내세우긴 했지만 액면가격이 같다보니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었다. 출시 첫달 ‘통큰 카레’(사진)와 ‘통큰 짜장’은 각각 7만5000여개와 8만여개가 팔려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제조업체 브랜드(NB·내셔널브랜드) 1위 상품인 오뚜기 ‘3분 카레’와 ‘3분 짜장’보다 각각 3.5배와 8.6배 많이 팔렸다. 9~11월에도 이들 품목은 오뚜기 제품의 3배인 월평균 5만5000여개씩 팔리며 카레·짜장류 상품군에서 독보적인 매출 1위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강기천 롯데마트 인스턴트 식품 바이어는 “기존 즉석식품의 부족한 느낌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산 감자 양파 당근 등을 크게 썰어 넣고 양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며 “‘통큰’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간 것도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마트의 ‘통큰’ 시리즈가 히트 행진을 이어가며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큰 치킨’을 선보인 이래 ‘통큰’ 브랜드가 양은 푸짐하고 가격은 저렴한 실속상품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어서다. ‘통큰 치킨’은 중소 치킨업체의 반발로 인해 출시 1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진 ‘통큰’을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통큰·손큰 브랜드 상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이래 현재 26개 품목(식품류 19개, 비식품류 7개)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카레와 짜장을 비롯, 식빵 김치 콩나물 두부 팝콘 위생백 위생랩 등 13개 품목은 해당 상품군에서 NB 1등 상품을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통큰·손큰 브랜드 상품은 품목 수로는 롯데마트 전체 PB상품(의류 제외)의 0.25%에 그치지만, 매출로는 6%를 차지하고 있다.

‘통큰·손큰’ 브랜드 상품의 인기 비결은 NB 상품에 비해 품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용량이나 규격이 크고 가격은 20~30% 저렴하다는 점이다. 이달 초 출시한 완구 ‘통큰 블록’도 마찬가지다. 국내 블록 제조사인 옥스포드와 공동 기획한 상품으로, 블록 수(164개)는 동급 브랜드 제품에 비해 50% 많고 가격(2만9000원)은 30~50% 저렴하다.

롯데마트는 생활용품과 의류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품목 수를 크게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무분별한 확대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통큰·손큰 상품은 물가안정과 동반성장의 의지를 담아 개발할 계획”이라며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