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뛴 강남 재건축…"시세표 바꾸느라 바빠요"
지난 10일 찾은 잠실5단지 일대 40여개 중개업소는 매물 리스트 가격표를 바꿔다느라 분주했다.

이 아파트 103㎡형 호가는 지난주 초반만 해도 9억6000만원이었다. 그러나 7일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에 이어 8일 가락시영아파트 종상향 소식이 이어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8일 호가가 9억7000만원으로 뛰면서 상승 반전했다. 10일 중개업소에 붙은 호가는 10억원이었다.

인근 송파공인의 최명섭 사장은 “7일 9억6000만원에 거래된 103㎡ 가 9일 10억원에 팔렸다” 며 “이틀 새 실거래가가 4000만원 오른 셈” 이라고 말했다.

◆종상향 기대감이 호가 상승 불러

10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용도지역을 현재 2종에서 3종으로 바꾸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결의한 둔촌주공 인근 중개업소엔 전화상담과 방문 고객들이 2배 이상 늘었다. 종상향이 이뤄질 경우 재건축 규모가 9250가구에서 1만757가구로 1500여가구 늘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든다. 김경호 부동산헤드라인 사장은 “지난주 후반 1~4단지 전 평형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고 말했다.

기존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나 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8억4000만원에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전용 76㎡는 가락시영 종상향이 허가된 뒤 3000만원이나 뛰었다. 김형찬 오세유공인 사장은 “호가가 오르면서 일단 거래는 중단됐지만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다음주에는 매수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상향 최대 수혜단지인 가락시영 일대 중개업소는 주말임에도 모두 문을 닫았다. 가락시영 중개업소들은 자체적으로 매월 두 차례(2·4주 토요일) 정기 휴일을 갖고 있다. 가락동 K공인 관계자는 “종상향 후 첫 주말로 문을 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호가만 급등, 매수세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락시영은 종상향 이후 평균 3000만원 안팎 호가가 올랐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호가는 오르고 있지만 실제 거래는 거의 없다”며 “서울시가 마구잡이로 종상향을 해줄리가 만무한 만큼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구역지정 보류된 개포마저 상승

지난달 개포 2·4·시영 정비계획안 보류 이후 급락했던 개포지구 단지들도 호가가 2000만원 이상 오르고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사장은 “1단지 전용 36㎡ 매물이 1주일 새 2000만원 오른 7억1000만원에 나왔다”며 “호가 상승이 실제 거래가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포지구 조합들은 일단 종상향보다는 빠른 재건축 추진에 목표를 두고 있다. 2단지의 한 조합원은 “단지 노후화가 심각해 시간이 걸리는 3종 종상향보다는 기존안대로 재건축에 집중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시장을 제외한 목동과 중계동 등 다른 지역은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목동 미래공인 관계자는 “집을 사면서 빌린 금융권 대출 이자만큼의 집값 상승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만으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보형/심은지/박한신 기자 kph21c@hankyung.com

■ 종상향

1·2종 일반주거지역을 2·3종으로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것도 종상향이다. 종상향이 이뤄지면 용적률과 층수가 높아져 아파트를 더 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