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교포들은 월세를 꼬박꼬박 잘 냅니다. 최고의 세입자예요.”

서울 구로·영등포·금천구 일대에는 조선족 교포들이 모여 산다. 월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는 게 조선족 교포들의 특징이라는 것이 지역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선족 교포들은 주로 원룸 형태 다가구주택과 이른바 ‘쪽방’으로 불리는 소형 주거시설을 월세 형태로 임대해 거주한다. 가리봉동 대림동 구로동 일대에 대규모 타운이 형성돼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여러달치 월세를 선불로 한꺼번에 내는 ‘깔세’가 많은데다 불법 체류자들이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바로 신고하는 일들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에 월세를 제때 내는 게 관행이 됐다.

김용준 가리봉동 은혜공인 사장은 “교포들이 대부분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어 임대료를 제때 내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정당한 대가는 바로 지불하는 게 조선족 교포들의 문화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대료는 방 개수에 따라 달라진다. 화장실을 포함한 방 한 칸(16㎡·5평)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 30만~35만원이다.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쪽방은 보증금 100만~200만원에 월 20만~25만원의 임대료를 낸다. 방 2개짜리 다가구주택은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40만~50만원이다.

교포들이 월세를 구하는 과정은 힘겨운 여정이라고 현지 공인중개 업체들은 전했다. 세입자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까닭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대신 방을 구하러 다니는 게 다반사다. 구로동의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가족들이 여러 번 둘러본 뒤 주말에 입주할 사람이 직접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때로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집주인한테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세입자들끼리 방을 맞바꾸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 사장은 “만기 전에 세입자끼리 월셋집을 바꾸는 난감한 사례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