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중퇴후 막일…"먼 길 돌아온만큼 최고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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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청년리포트
그래도 우리는 뜨겁다 - 행복ICT 앱 개발자 최호근 씨
'소년가장' 생활苦에 학업 중단…앱 개발 교육 받으며 꿈 되찾아
그래도 우리는 뜨겁다 - 행복ICT 앱 개발자 최호근 씨
'소년가장' 생활苦에 학업 중단…앱 개발 교육 받으며 꿈 되찾아
남들에게 평범한 일이 누군가에겐 절실하게 바라는 꿈일 수도 있다. 이 말은 사회적 기업인 행복ICT에서 앱(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최호근 씨(34·사진)에게도 해당된다. ‘소년가장’이었던 최씨는 가정 형편 때문에 개발자의 꿈을 포기했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다시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꿈을 포기할 정도로 세상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떤 분야든지 10년만 매진하면 노력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고로 대학 중퇴
최씨를 만난 건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동 구로디지털 단지 내 행복ICT 사무실에서였다. 이 회사는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장애인, 노약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앱을 만들고 비정부단체(NGO)가 웹사이트를 만들 때 컨설팅을 해주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최씨는 현재 이 회사에서 만든 기부 앱인 ‘천사사랑나눔’의 유지·보수와 새로운 앱의 기획을 맡고 있다.
그가 이 회사에서 앱 개발을 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최씨는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지내며 ‘소년가장’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집안 대소사를 혼자 해결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남들과 터놓고 얘기하거나 쉽게 감정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이 가슴 아팠어요.”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최씨는 1998년 중앙대 정보시스템학과에 합격했다. 평소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프로그램 개발을 배워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 탓에 대학은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었다. 1년을 다니고 1년을 휴학하는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그 뒤로는 생업을 위해 다양한 일을 했다. 기업 전산실에서 관리 업무를 맡기도 하고 유지·보수 일을 하기도 했다. 2년여 동안은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했지만 그 뒤로는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공장 잡일, 치킨집 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앱에 고통의 세월을 담다
최씨가 다시 개발자의 꿈을 꾸게 된 것은 한 신문에서 우연히 본 모집공고였다. 지난해 말 SK플래닛(당시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아카데미’의 앱 개발자 교육 모집공고를 봤던 것. 최씨는 이 프로그램의 앱 개발 전문가 과정을 신청해 올해 1월부터 교육을 받게 됐다.
교육은 1월부터 6월까지 총 21주간 매일 하루 8시간씩 진행됐다. IT 기초지식과 기본 프로그래밍 입문, 애플리케이션 기획·개발 등을 배웠다. 기초가 없다 보니 평일엔 매일 밤 12시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다. “저녁 시간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교육을 수료하면서 일종의 ‘졸업 작품’으로 지난 10여년간 해온 자취 생활의 기억을 떠올린 ‘생활의 달인’이란 앱을 만들었다. 1인 가구를 위한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앱이다. 최씨는 이 앱으로 호평을 받아 행복ICT 창업 멤버로 입사하게 됐다.
그는 최근 동생을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사업 아이템을 찾으러 간다는 동생에게 “10년만 있다가 돌아오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무엇이든 한 가지 일을 10년 넘게 꾸준히 하면 그 분야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최씨는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먼 길을 돌아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만큼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아직 대학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제적 상태로 원한다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사정이 나아진다면 복학해서 졸업장을 받고 싶다”는 게 최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그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꿈을 포기할 정도로 세상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떤 분야든지 10년만 매진하면 노력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고로 대학 중퇴
최씨를 만난 건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동 구로디지털 단지 내 행복ICT 사무실에서였다. 이 회사는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장애인, 노약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앱을 만들고 비정부단체(NGO)가 웹사이트를 만들 때 컨설팅을 해주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최씨는 현재 이 회사에서 만든 기부 앱인 ‘천사사랑나눔’의 유지·보수와 새로운 앱의 기획을 맡고 있다.
그가 이 회사에서 앱 개발을 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최씨는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지내며 ‘소년가장’의 역할을 맡아야 했다. “집안 대소사를 혼자 해결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남들과 터놓고 얘기하거나 쉽게 감정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이 가슴 아팠어요.”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최씨는 1998년 중앙대 정보시스템학과에 합격했다. 평소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프로그램 개발을 배워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 탓에 대학은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었다. 1년을 다니고 1년을 휴학하는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그 뒤로는 생업을 위해 다양한 일을 했다. 기업 전산실에서 관리 업무를 맡기도 하고 유지·보수 일을 하기도 했다. 2년여 동안은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했지만 그 뒤로는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공장 잡일, 치킨집 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앱에 고통의 세월을 담다
최씨가 다시 개발자의 꿈을 꾸게 된 것은 한 신문에서 우연히 본 모집공고였다. 지난해 말 SK플래닛(당시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아카데미’의 앱 개발자 교육 모집공고를 봤던 것. 최씨는 이 프로그램의 앱 개발 전문가 과정을 신청해 올해 1월부터 교육을 받게 됐다.
교육은 1월부터 6월까지 총 21주간 매일 하루 8시간씩 진행됐다. IT 기초지식과 기본 프로그래밍 입문, 애플리케이션 기획·개발 등을 배웠다. 기초가 없다 보니 평일엔 매일 밤 12시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다. “저녁 시간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교육을 수료하면서 일종의 ‘졸업 작품’으로 지난 10여년간 해온 자취 생활의 기억을 떠올린 ‘생활의 달인’이란 앱을 만들었다. 1인 가구를 위한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앱이다. 최씨는 이 앱으로 호평을 받아 행복ICT 창업 멤버로 입사하게 됐다.
그는 최근 동생을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사업 아이템을 찾으러 간다는 동생에게 “10년만 있다가 돌아오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무엇이든 한 가지 일을 10년 넘게 꾸준히 하면 그 분야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최씨는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먼 길을 돌아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만큼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아직 대학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제적 상태로 원한다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사정이 나아진다면 복학해서 졸업장을 받고 싶다”는 게 최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