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규제가 '그레샴의 법칙'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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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시장에선 惡貨 발못붙여…정부개입 커질때 비효율 자라나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샴의 법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금이 은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해서 금화는 양화, 은화는 악화로 생각하며 결국 은화가 금화를 몰아내 은화가 유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났을 때 빗대어 쓰며 단순히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레샴의 법칙에서 양화란 시장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된 화폐, 악화란 과대평가된 화폐를 말한다. 금화가 내재돼 있는 금의 시장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되면 양화가 되고 과대평가되면 악화가 된다.
마찬가지로 은화 역시 내재돼 있는 은의 시장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되면 양화가 되고 과대평가되면 악화가 된다. 따라서 그레샴의 법칙은 과소평가된 화폐가 유통에서 사라지고 과대평가된 화폐가 사용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레샴의 법칙은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정부가 명령해 정한 화폐, 즉 법화의 경우에 발생한다.
영국의 왕 헨리 8세가 어느 날 주화의 은 함유량을 줄이도록 명령했다. 1543년 이전에 92.5%였던 은 함유량이 1545년에 33.3%로 줄었다.
그러나 액면가치는 동일한 은화였지만 1545년에 만들어진 새 은화보다 1543년 이전에 만들어진 옛 은화에 은이 더 많이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새 은화만 화폐로 사용했다. 옛 은화는 저장되든가, 혹은 변형돼 은으로 팔렸다.
헨리8세의 뒤를 이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똑같은 화폐인데 왜 새 은화만이 사용되는지 궁금했다. 당시 재정고문이었던 토머스 그레샴 경은 1543년 은화는 과소평가된 것이고 1545년 은화는 과대평가돼, 즉 1543년 은화는 양화, 1545년 은화는 악화가 돼, 양화인 1543년 은화는 사람들이 손에 쥐고 내놓지 않아 유통되지 않고, 악화인 1545년 은화가 유통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이 후대에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로 표현됐고, 그 후 그것을 그레샴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그레샴의 법칙은 ‘악법화가 양법화를 몰아낸다’고 해야 정확하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화가 악화를 몰아낸다. 만일 어떤 민간 주조업자가 은의 함량을 줄여서 은화를 주조한다면 사람들은 그의 주화를 사용하지 않고 경쟁자가 만든 더 나은 주화를 사용한다.
질이 떨어지는 그의 주화는 악화이고, 경쟁자의 질이 좋은 주화는 양화이다. 따라서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에서는 악화가 아닌 양화가 유통된다. 아니면 두 개의 화폐가 동시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교환비율이 서로 다르다. 질 좋은 화폐의 가치는 높게, 질 나쁜 화폐의 가치는 낮게 정해져 유통된다.
실제로 우리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현상을 종종 목격한다. 조악한 제품이 널리 팔리고, 비효율적인 기업이 승승장구하고, 능력이 덜한 사람이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현상은 거의 대부분 정부의 보호에 의해 만들어진 진입장벽이나 특혜를 받는 비경쟁적 시장에서 일어난다.
그런 보호가 없는 경쟁적 시장에서는 가격은 같으나 품질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품질이 우수한 것이 열등한 것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기업이 비효율적인 기업을 대체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 좋은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가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게 보이는 현상들은 주로 정부가 개입해 규제하고 통제하는 환경에서 나타난다. 드러난 현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레샴의 법칙’이 정확한 의미로 통용됐으면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
그러나 그레샴의 법칙에서 양화란 시장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된 화폐, 악화란 과대평가된 화폐를 말한다. 금화가 내재돼 있는 금의 시장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되면 양화가 되고 과대평가되면 악화가 된다.
마찬가지로 은화 역시 내재돼 있는 은의 시장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되면 양화가 되고 과대평가되면 악화가 된다. 따라서 그레샴의 법칙은 과소평가된 화폐가 유통에서 사라지고 과대평가된 화폐가 사용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레샴의 법칙은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정부가 명령해 정한 화폐, 즉 법화의 경우에 발생한다.
영국의 왕 헨리 8세가 어느 날 주화의 은 함유량을 줄이도록 명령했다. 1543년 이전에 92.5%였던 은 함유량이 1545년에 33.3%로 줄었다.
그러나 액면가치는 동일한 은화였지만 1545년에 만들어진 새 은화보다 1543년 이전에 만들어진 옛 은화에 은이 더 많이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새 은화만 화폐로 사용했다. 옛 은화는 저장되든가, 혹은 변형돼 은으로 팔렸다.
헨리8세의 뒤를 이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똑같은 화폐인데 왜 새 은화만이 사용되는지 궁금했다. 당시 재정고문이었던 토머스 그레샴 경은 1543년 은화는 과소평가된 것이고 1545년 은화는 과대평가돼, 즉 1543년 은화는 양화, 1545년 은화는 악화가 돼, 양화인 1543년 은화는 사람들이 손에 쥐고 내놓지 않아 유통되지 않고, 악화인 1545년 은화가 유통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이 후대에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로 표현됐고, 그 후 그것을 그레샴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그레샴의 법칙은 ‘악법화가 양법화를 몰아낸다’고 해야 정확하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화가 악화를 몰아낸다. 만일 어떤 민간 주조업자가 은의 함량을 줄여서 은화를 주조한다면 사람들은 그의 주화를 사용하지 않고 경쟁자가 만든 더 나은 주화를 사용한다.
질이 떨어지는 그의 주화는 악화이고, 경쟁자의 질이 좋은 주화는 양화이다. 따라서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에서는 악화가 아닌 양화가 유통된다. 아니면 두 개의 화폐가 동시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교환비율이 서로 다르다. 질 좋은 화폐의 가치는 높게, 질 나쁜 화폐의 가치는 낮게 정해져 유통된다.
실제로 우리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현상을 종종 목격한다. 조악한 제품이 널리 팔리고, 비효율적인 기업이 승승장구하고, 능력이 덜한 사람이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현상은 거의 대부분 정부의 보호에 의해 만들어진 진입장벽이나 특혜를 받는 비경쟁적 시장에서 일어난다.
그런 보호가 없는 경쟁적 시장에서는 가격은 같으나 품질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품질이 우수한 것이 열등한 것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기업이 비효율적인 기업을 대체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 좋은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가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게 보이는 현상들은 주로 정부가 개입해 규제하고 통제하는 환경에서 나타난다. 드러난 현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그레샴의 법칙’이 정확한 의미로 통용됐으면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