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개입 없인 '2% 부족' … 美ㆍ中도 "유럽 지원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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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유럽 재정통합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신(新)재정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EU 정상들은 8~9일(현지시간) 재정위기 해법을 논의한 뒤 회원국의 연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누적채무가 60%를 넘어서면 자동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새 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으로 EU는 중장기적으로 통합을 공고히 하는 기틀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장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기대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확대 등이 빠져 있어 ‘팥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이다.
(1) 진전된 통합 : EU가 회원국 예산 점검
이번 재정동맹으로 EU는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는 분석이다. 새 협약이 EU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의 예산안을 사전 심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들은 국채 발행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회원국 재정 주권의 상당 부분을 EU 공동체에 넘기게 된 셈이다. 해체 위기를 겪을 때마다 통합을 진전시켜온 EU의 역사가 되풀이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U는 앞으로 3개월간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만들어 내년 3월 이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는 17개 유로존 국가와 덴마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6개국이 참여키로 했다. 헝가리와 스웨덴 체코는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영국은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협약안이 각국 동의를 거쳐 시행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출발부터 삐걱 : 실탄 마련될지 미지수
정상들이 합의한 구제금융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EU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해 2013년 출범할 예정이던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1년 앞당겨 내년 7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FSF(4400억유로)와 ESM(5000억유로)은 2013년 중반까지 1년간 병행 운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0억유로를 추가 대출하기로 했다.
EFSF와 ESM의 기금에 IMF 지원금을 더하면 총 1조1400억유로의 실탄이 마련되겠지만 위기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위기 진화에는 2조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IMF의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IMF의 기금 출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3조2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도 유로존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3) 유로채권 물건너가 : 獨, 재정부담 우려 반대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거론돼온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독일 등의 반대가 거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의 재정적인 결합을 더욱 단단히 한다는 것이 유로본드 도입에 찬성한다거나 ECB의 역할을 바꾼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로본드 발행의 이점을 담은 보고서를 내년 3월발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제외됐지만 유로본드 발행안을 계속 추진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유로본드가 도입되면 유로존 회원국들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같아져 그리스 등 재정불량국이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4) ECB 국채매입 확대 무산 : 금융시장 불안 여전
ECB가 재정불량국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ECB는 9일에도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였지만 적극적인 개입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8일 “EU 조약은 ECB가 회원국에 직접 재정을 지원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GC파트너스의 루이스 쿠퍼는 “이번 발표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며 “시장은 ‘빅 바주카포(확실한 위기대응 수단)’를 기대했으나 한참 못 미쳤다”고 말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자크 카이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유일한 질문은 ECB가 국채시장에 더 강력하게 개입할 것인가였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이번 협약으로 EU는 중장기적으로 통합을 공고히 하는 기틀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장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기대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확대 등이 빠져 있어 ‘팥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이다.
(1) 진전된 통합 : EU가 회원국 예산 점검
이번 재정동맹으로 EU는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는 분석이다. 새 협약이 EU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의 예산안을 사전 심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들은 국채 발행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회원국 재정 주권의 상당 부분을 EU 공동체에 넘기게 된 셈이다. 해체 위기를 겪을 때마다 통합을 진전시켜온 EU의 역사가 되풀이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U는 앞으로 3개월간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만들어 내년 3월 이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는 17개 유로존 국가와 덴마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6개국이 참여키로 했다. 헝가리와 스웨덴 체코는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영국은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협약안이 각국 동의를 거쳐 시행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출발부터 삐걱 : 실탄 마련될지 미지수
정상들이 합의한 구제금융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EU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해 2013년 출범할 예정이던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1년 앞당겨 내년 7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FSF(4400억유로)와 ESM(5000억유로)은 2013년 중반까지 1년간 병행 운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0억유로를 추가 대출하기로 했다.
EFSF와 ESM의 기금에 IMF 지원금을 더하면 총 1조1400억유로의 실탄이 마련되겠지만 위기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위기 진화에는 2조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IMF의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IMF의 기금 출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3조2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도 유로존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3) 유로채권 물건너가 : 獨, 재정부담 우려 반대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거론돼온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독일 등의 반대가 거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의 재정적인 결합을 더욱 단단히 한다는 것이 유로본드 도입에 찬성한다거나 ECB의 역할을 바꾼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로본드 발행의 이점을 담은 보고서를 내년 3월발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협약에서는 제외됐지만 유로본드 발행안을 계속 추진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유로본드가 도입되면 유로존 회원국들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같아져 그리스 등 재정불량국이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4) ECB 국채매입 확대 무산 : 금융시장 불안 여전
ECB가 재정불량국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는 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ECB는 9일에도 이탈리아 국채를 사들였지만 적극적인 개입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8일 “EU 조약은 ECB가 회원국에 직접 재정을 지원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GC파트너스의 루이스 쿠퍼는 “이번 발표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며 “시장은 ‘빅 바주카포(확실한 위기대응 수단)’를 기대했으나 한참 못 미쳤다”고 말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자크 카이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유일한 질문은 ECB가 국채시장에 더 강력하게 개입할 것인가였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