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EU 재정통합에 반대하며 ‘유럽의 아웃사이더’가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FT는 영국의 이탈을 시작으로 EU가 두 개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이탈은 지난 9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사진)가 뜻밖의 제안을 할 때부터 예상된 일이다. 그는 EU 정상회의에서 영국 금융회사들에 적용하는 자기자본비율을 완화해 달라고 주장했다.

EU 재정통합에 동의하는 대가로 영국 금융사에 대한 특혜를 요구한 것이다. 다른 정상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정상들은 제안을 거절했다. 이어진 회의에서 캐머런 총리는 EU 재정통합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캐머런 총리가 영국 금융사에 대한 특혜를 요구한 것은 EU 재정통합에 반대하기 위한 명분 쌓기였던 셈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유럽의 운명을 얘기하러 모인 자리에서 영국은 엉뚱한 것을 요구했다”며 “(캐머런 총리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인 크리스 데이비스 유럽의회 의원은 “캐머런 총리가 영국을 유럽의 2부리그로 격하시켰다”며 “앞으로 유럽 내에서 영국의 발언권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캐머런 총리가 재정통합을 반대한 이유는 세계 금융중심지였던 런던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 파운드화는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주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퇴색했다. 영국은 유럽이 재정통합을 통해 더 강한 통화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오히려 런던의 금융사들을 고립시킬 우려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런던의 금융회사 관계자는 “캐머런 총리의 이번 행동은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런던이 경쟁 상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에 뒤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헤셀타인 영국 보수당 의원은 “영국만 홀로 동떨어져 런던 금융사들의 이익을 보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FT는 EU가 앞으로 두 개로 쪼개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FT는 이번 EU 재정통합에 반대했다가 이를 철회한 스웨덴 체코 헝가리 등이 앞으로 영국과 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이제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