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형까지…與 불출마 도미노
한나라당 의원들의 19대 총선 불출마 도미노에 불이 붙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포항남 울릉)과 초선 홍정욱 의원(서울 노원병)이 11일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의원들의 ‘연쇄 불출마’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원희룡 의원을 포함해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이 의원과 홍 의원의 불출마는 상징성이 크다. 이 의원은 영남 출신으로 당내 최고령 의원이며 그간 쇄신파의 타깃이 돼왔다는 점에서 영남권 물갈이의 기폭제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특히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친이 내부에서 막강한 계파를 형성하며 최고 실세로 통했다는 점에서 그의 불출마 선언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이래 한나라당 소장파들로부터 줄곧 정계 은퇴 압박을 받은 끝에 2009년 6월 정치불개입을 선언하고 자원외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지만 여권 내 권력 다툼이 일때마다 그 중심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의 보좌관의 거액 수뢰혐의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자 그는 이번엔 이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 의원이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좌관의 불미스런 일을 언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홍 의원은 당내 쇄신파의 일원으로 일부 쇄신파의 불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장 홍 의원이 속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및 쇄신파 의원들의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

홍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 처리 이후 총선 불출마를 고려해 왔다는 점에서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 시 불출마’를 함께 약속한 다른 21명도 심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일부 쇄신파 의원이 쇄신 국면에서 ‘탈당’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연쇄 불출마의 불씨는 살아 있다. 여기에 “쇄신의 진정성을 위해 쇄신파의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지금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불출마를 생각 안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상당수 쇄신파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아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호흡을 맞춰온 구상찬 의원은 당사와 의원회관을 찾아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강하게 만류하기도 했다.

이·홍 의원의 불출마는 친박(친박근혜)계 노령·중진 의원들의 거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박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영남 중진권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줄곧 지목돼왔다. 더욱이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운영의 전면에 서는 상황에서 ‘친박계 자발적 용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쇄신의 전면에 설 박 전 대표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영남 의원 5명, 수도권 의원 1명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당사자로 지목된 의원들은 “친박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하라는 것은 음해”라고 반발해 파열음이 예상된다.

6선의 홍사덕, 4선의 박종근 의원 등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당내 물갈이 바람이 거세질 경우 현역 불출마 의원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