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8일 하나은행 이사회에 참석해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의 상품권 횡령, 이사회 절차 무시, 구속성예금(꺾기) 등을 적발하고 내부통제 제도의 헛점이 드러난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체제를 대폭 손질하라고 지시했다. 이에따라 내년 1월 매트릭스 조직을 출범시키로한 신한금융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우리금융도 ‘하나금융식(式) 매트릭스 체제’도입에는 신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상품권 횡령. 이사회 절차 무시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열린 하나은행 임시 이사회에 국장급을 참석시켜 지난 9월 완료한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를 20~30분간 브리핑하게 했다. 이날 하나은행 이사회 안건은 내년도 경영계획이었다. 금감원 국장급이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종합검사 결과를 브리핑한 것은 지난 8월 외환은행에 이어 두번째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7월 경찰에 의해 밝혀진 하나은행의 국민관광상품권 횡령사고를 크게 질책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민관광상품권 판매대행 기관인 하나은행의 일부 직원들은 기업들이 상품권을 수천만원씩 사들였다고 허위로 서류를 조작한 뒤 상품권을 빼돌려 서울 명동지역 상품권 판매상에게 팔아 현금화했다. 보통 기업들이 한번에 2000만원, 5000만원씩 상품권을 사들이고 대금은 나중에 결제한다는 점을 악용해 대금 만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상품권을 빼내 결제하는 ‘돌려막기’도 서슴치 않았다. 빼돌린 금액만 3년간 174억원 어치였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을 3년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지난 7월 서울 남대문 경찰서의 수사 결과 밝혀지자 늑장 대응했다. 경찰은 지난 7월 해당 직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결과 이러한 방식으로 약 20억원의 피해가 하나은행의 총 60여개 지점에서 발생한 것을 밝혀내고 내부통제 책임자를 문책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또 하나은행의 일부 이사들이 이사회에는 참석 안했는 데 한 것처럼 꾸민 것도 적발해내 제재할 예정이다. 추진호 하나금융 부사장은 "하나은행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 개최사실을 이사들에게 통보하고 안건을 설명한 뒤 참석 여부를 확정하고 참석을 못할 경우 컨퍼런스콜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하나은행 해당 직원은 이러한 이사회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진호 부사장은 그러나 “지주와 은행 해당 직원들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일 뿐 시스템적인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감원은 금융실명제 위반,구속성 예금(꺾기),포괄담보대출 등의 위반사항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내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양형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지난해 배당을 많이 해 올해 배당 여력이 없다고 보고 배당을 안하기로 결의했다.

◆금감원, 하나금융 매트릭스 보완 지시

금융업계 최초로 도입된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조직도 수술대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하나은행 종합검사에서 상품권 횡령, 이사회 허위보고, 금융실명제 위반, 꺽기 등이 발견된 것은 매트릭스 체제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업,성과평가,인사는 사업부문(BU)장을 중심으로 가계,기업금융 등으로 나눠져 있는 반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의 책임은 은행장 증권사 대표 등 계열사 사장으로 나눠져 있다”며 “인사,성과평가,영업의 책임자와 내부통제의 책임자가 일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은 2008년 금융업계 최초로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다. 매트릭스 체제란 금융계열사별로 분리돼 중복되던 업무를 횡적인 사업단위조직으로 묶어 해당 BU장이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총괄하는 것을 말한다. 김승유 회장을 정점으로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과 임창섭 부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각각 그룹전략기획과 기업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BU를 맡으며 각 부문의 인사권,성과평가,영업권을 쥐고 있는 것. 반면 리스크관리 책임을 맡는 BU장은 따로 없어 각 계열사 대표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 지주사의 권한은 커지고 책임은 적어진 반면 계열사 대표의 권한은 축소되고 책임만 커진 것. 각 BU장은 각 계열사별 사업을 챙기되 자기가 속하지 않은 사업부분의 리스크도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체제는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기형적 구조”라며 “1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