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신재정협약 추진이 합의됐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박스권 장세 지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분간 관심 업종 및 종목 역시 박스권 장세를 고려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영국을 제외한 EU 26개국 정상들은 지난 9일 회원국의 연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누적채무가 60%를 넘어서면 자동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새 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12일 국내 증권업계에선 EU 신재정협약에 대해 대체로 중립 이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회의 결과가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유럽정상회의 결과가 안도랠리의 근간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소극적인 대응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유로존 신용 등급 강등 가능성 등 악재 요인들이 여전해 아직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따라서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공격적인 채권 매입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고, EU 정상합의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 이전에는 각국 의회에서 의결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과도하게 긍정적인 입장보다는 균형적인 시각에서 증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중국 경제공작회의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외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는 제한적이란 점에서 코스피지수가 강한 반등보다는 박스권의 제한적인 등락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 전망 등을 감안해 보다 신중하게 관심 업종 및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심 팀장은 업종별 실적 전망치 개선세를 고려해 정보기술(IT), 유틸리티, 통신과 함께 비철금속, 보험으로 관심 대상을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이지혜 NH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경우 전기전자, 철강, 건설 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바람직하다"면서 "관심종목군으론 삼성전기, 포스코, 대한항공, 스카이라이프, 신흥기계를 제시한다"고 전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1800∼2000선 구간에서 해외 뉴스에 따라 방향이 엇갈릴 전망이기 때문에 균형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배당수익률이 높고 베타(변동성)가 낮은 종목이 포트폴리오 수익률 방어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IT와 건설 등 글로벌 저성장 환경에서 강한 성장이 나올 수 있는 업종과 함께, 소재·산업재·경기소비재 가운데 업황 둔화 및 실적 악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과매도 경기민감주를 관심 종목군으로 추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