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급변하는데 작가는 요지부동"
“오늘날 문학은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빙하기에 위치해 있습니다. 문자는 기호로 전락해버렸어요. 영상이나 정보기술(IT) 등에 독자를 잃어버리고 있는데, 작가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문학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인 김선학 동국대 교수(64·사진)는 문학의 위기를 이같이 진단했다. 김 교수는 최근 평론집 《안 읽는 사람들과 사는 세상》(동국대학교출판부)과 《문학의 빙하기》(까치)를 잇달아 펴냈다. 내년 2월 정년 퇴임을 앞둔 그의 발자취를 오롯이 담은 책들이다.

“그동안의 제 문학을 돌아보고, 현재의 문학은 어떤 것이고, 앞으로 문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안 읽는 사람들과 사는 세상》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문학지나 단행본을 통해 발표한 시와 소설에 대한 비평을 엮었다. 문학평론가와 작가들이 위기를 맞은 문학에 대해 나눈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저자가 작고 문인인 조병화 박완서 김정한을 비롯해 박경수 김원일 윤흥길 등 원로 작가와 나눈 대화도 수록했다.《문학의 빙하기》는 1988년부터 20년 넘게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담았다. 서정주 유안진 고은 박완서 이청준 최명희 등 여러 문인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고 한국문학에 대한 고민들을 전한다.

“문자는 이념입니다. 문자에는 생각이 박히죠. 문학이 다른 예술장르와 다른 점도 문자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문자가 가진 기능을 최대한 확장시키는 것이 문학이 나아갈 길이지요. 인간의 영혼을 건져올릴 수 있도록 작가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는 “작가는 깊이 사색하고 영혼과 싸워야 한다”며 “비평가들이 좋은 시와 소설을 발굴해 소개할 수 있도록 비평도 그만큼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